시간이 멈춘 듯한 작은 도시
이 작은 도시는 마치 소설에 나오는 유럽의 오래된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데다가 백 년이 넘었다는 호텔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았고 또 백 년이 훌쩍 넘었다는 레스토랑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진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독일에서도 오래된 집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찾고는 한다고 설명은 들었지만 그곳에서 머무는 일주일 동안 딱히 관광객이라고 보이는 무리는 없었다. 아마 어느 계절이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동네라면 내가 방문한 모든 레스토랑의 직원들 대부분이 그렇게 영어를 못할 리가 없었을 것이고 내가 레스토랑에 들어설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볼 리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도시에 머물면서 한 것이라고는 내가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다 상점에 들러 호텔에서 먹을 것을 약간 사고 집에 가져갈 물건을 적당히 산 것, 그리고 음식이 맛있었던 두어 개의 레스토랑에서 매일 저녁 식사를 한 후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사람 구경을 한 것 정도이다. 그럼에도 나는 마치 그 도시를 잘 아는 사람인양 그곳에 더 머물고 싶어졌다. 오후 세시쯤 벌써 슬슬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삼삼오오 모여 카페나 펍에 앉아 주말 같은 평일 오후를 보내는 그들 곁에 이방인으로서 나마 자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