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안데르센 세계명작 삽화 공모
성냥 한 개비 꺼내서 벽에 문지르고
손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성냥 한 개비를 뽑았습니다.
세상에, 그것은 얼마나 놀랍게 튀기며 타는지!
그녀가 손으로 성냥 불빛을 감싸자
작은 촛불 같은 따뜻하게 밝은 불꽃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한 빛을 주었습니다.
빛나는 놋쇠 손잡이와 커버가 달린 큰 가마솥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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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희미해 질 때
호흡이 짧아지고
춥고 졸리다.
그때 자면 안 된다.
안 되는 걸 알지만
풍선인형의 손 끝을 바늘로 콕 찔러
바람이 슉 하고 빠져 나가듯이
온 몸에 힘이 쭈욱하고 빠진다.
그리고 몸을 가눌 수 없어
바닥에 얼굴을 밖는다.
6년 전 내가 지하철 화장실에서 쓰러졌을 때.
마치 성냥팔이소녀가 촛불을 보다가 눈 속에서 잠이 들듯.
나는 그렇게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의식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은 죽는구나 싶었다.
몸은 춥고 체온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런 상황을 격렬하게 부정이라도 하듯
많은 기억과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이렇게 그냥 이대로
잠이 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아주 이른 아침이었고
청소를 하러 들어온 아주머니에 의해 발견되었다.
신기하게도 아주머니가 ‘어머나!’하고 외치는 소리에
무성영화 필름처럼 보이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냥팔이 소녀의 촛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