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무와 대화를 하다

버섯과 공생하는 나무

by 초록빛지혜나눔

서기 2034년


자고 있던 나를 누군가 깨운다. 몇 개월 전 새로 구입한 로봇이었다.

"주인님, 이 뉴스는 꼭 보셔야 됩니다."

로봇이 홀로그램으로 띄운 영상에서 기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드디어 나무들과 대화에 성공했습니다.

며칠 뒤 나무 대표단과 회담이 있을

예정입니다.~~"

드디어 우리나라 연구진이 나무들과 대화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은 인류가 존재하기 전인 4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살아왔다. 이런 긴 시간 동안 축적한 엄청난 지혜를 인간들에게 모두 전해주려 했으나, 인간들이 저질러온 자연 파괴의 만행으로 인간과의 대화를 단절해 왔다. 곤충이나 동물 등 다른 생명체와의 대화는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쓰나미나 지진 등 엄청난 자연재해가 닥치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미리 대피할 수 있는 비상망을 갖추고 있다. 인간만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들과의 대화는 인류사에 길이 남을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나무들과 공존을 모색하며 부단히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나무들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었다. 암을 비롯한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재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그 유명한 아스피린도 버드나무껍질에서 얻은 것이다. 나무는 진정으로 '위대한 화학자'였다.


나무와 나무는 서로 뿌리가 연결되어 지하세계에 엄청난 유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마치 인터넷망처럼 작동하며 4억 년 동안 축적한 지혜가 인간의 상상을 초월했다. AI의 위협으로 인간이 설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며칠 뒤 개최될 나무들과 회담이 기대된다.



서기 2024년


나무와의 대화를 염원하며 쓴 상상의 이야기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지만 너무나 멀게 느껴졌던 나무가 어느 날 나에게 다가왔다. 모든 게 궁금하여 조금씩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의문은 오히려 더 커져갔다.


의문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공학도의 본능이 되살아 났다.

"뇌가 없는데 어떻게 벌을 유혹하고, 해충을 도망가게 만드는 지능이 있지?

"모터나 펌프도 없는데 몇십 미터나 되는 높이까지 물을 어떻게 끌어올리지?"

"피톤치드 등 수 천 종류의 화학물질을 어떻게 만드나?"


사실 나무는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이다. 인간은 뇌가 전체 장기를 관장하는 중앙 집중형 구조라면, 나무는 분산형 모듈 구조이다. 움직이지 못하고 한 곳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나무는 몸의 일부가 다쳐도 생존할 수 있게 분산형 구조로 진화해 왔다.


나무는 소통의 대가 (지하에선 유선통신, 지상에선 무선통신)


나무의 뿌리는 지하세계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누가 이 뿌리를 이어 줄까?

바로 버섯이나 곰팡이 같은 '균근'(뿌리에 기생하는 균이라는 의미)이다. 균근은 뿌리에 붙어 나무가 흡수하기 어려운 영양분(특히 인과 질소)을 공급해 주고, 나무는 광합성으로 만들어낸 탄수화물을 균류에 제공하는 공생 관계를 이룬다.


나무 뿌리 연결.png 나무들의 뿌리 네트워크


균근은 인터넷 망의 광섬유 도체처럼 나무의 뿌리와 뿌리를 연결하여 거대한 유선 통신망을 이룬다. 거대한 '우드 와이드 웹'을 이룬다고 보면 된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무들의 뿌리 네트워크로 이뤄진 판도라 행성을 생각하면 된다. 나무들은 이 통신망을 통해 가뭄이나 해충의 위험을 공유하고, 어린 나무에게 영양분도 공급한다. 그동안 나무의 지능 수준을 무시한 게 아닐까?


자! 그럼 지상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무는 해충이 오면 내쫓고 인접한 나무에 위험을 알려준다. 또한 번식을 위해 벌이나 나비도 유혹하고, 수많은 미생물들과 소통한다. 어떻게? 수 천 가지의 향기를 공기 중에 내뿜어서. 우리가 들어본 피톤치드나 니코틴이 이런 향기의 일종이다. 마치 안테나에서 신호를 방출하는 것처럼 무선통신을 한다. 나도 통신을 연구해 왔지만 아무런 통신장비 없이 통신을 하는 나무의 자연 통신망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의 생긴다. 어떻게 수많은 해충을 구별하고, 각 해충에 해당하는 향기를 내뿜을까?

수많은 미생물들과는 어떻게 향기로 소통할까?

나무는 해충이 잎을 먹을 때 흘리는 타액의 특성을 구별하여 수많은 해충을 안다. 나무도 기억력을 갖고 있단 말인가? 나무도 지능이 있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이다.


나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처럼 몇 개의 언어가 아닌 수 천 가지 향기로 소통을 한다는 것은 4억 년 동안 상대방을 알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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