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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Jun 15. 2022

편안 vs 평안

비슷 다른 궁금한 단어 s

잠자는 사자를 그려놓고 제목을 달자고 보니 '편안'으로 해야 할지, '평안'으로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뭐, 대충  편하게 쓰면 되지 그런 거 따질 필요 있나요? 알아서 들을 텐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의 말이다.  그런 거 구분하고 따지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굳이 열심히 구별하지 않아도 다 알아보고 듣고, 불편하지도 않고, 사는데도 별 문제없는 그런 일을 왜 하나?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정의로운 일도 아니고 뭔가 기여한다는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유별난가? 세상이 무심한가? 하지만, 평소 는 이런 비슷한 류의 호기심과 분별심을 발동하곤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생겨난 버릇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하나의 약속이다. 'A'라 정의해 두고 'A'라 말하면 'A'라 듣고 이해한다. 그런데 이런 약속이 삐끗하여 'A'를 'B'로 이야기하고 'C'로 알아듣는다면 말하는 사람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오해가  생긴다. 이 세상 많은 오해는 단어 사용의 오류와 오해에서 생긴다. 이외에도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세대 간 차이, 문해력의 차이, 맥락 파악 없이 자기 말만 하려는 이기적 감정 차이 등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생긴다.

한편, 소통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런 여러 가지 장애를 고의로 역이용해서 자기가 이미 한 말에 대해 변명, 거짓말의 도구로 삼는 정치인도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가 아니라 말장난으로 진실을 가리려 하는 자들이다.  


다시 돌아와서, 편안함과 평안은 뭐가 다를까?

국어사전과 한자로 뜻풀이를 살펴보면 편안(便安)은 '편하고 걱정 없이 좋음'이고, 평안(平安)은 '걱정이나 탈이 없음'이다. 차라리 국어사전을 안 볼 걸 그랬다. 보고 나니 더 구별하기 어렵다. 차라리 영어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편안은 'comfort'로,  평안은 'peace'로 비교적 쉽게 다가온다.  


평안은 주로 정신적으로 마음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편안은 주로 외적 물질적으로 편하고 수월하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예컨대, 돈으로 편안함을 얻을 수는 있지만, 몸은 편안하지 않아도(불편해도) 마음은 평안할 수 있다. 예컨대, 의자가 편안하지 않아도 마음은 평안할 수 있다.

<드로잉=최송목>

시각을 달리하여, 반대말이나 상대적인 뜻을 음미해 보는 것도 단어의 명확성과 의미의 확장성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즉, '편안'의 상대적인 말은 '불편'이고, '평안'의 상대적인 말은 '불안'이다.


이 정도로 정리해 보니 '편안'과 '평안'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다.  달빛 아래 고목에 걸쳐 평화롭게 잠자고 있는 사자 그림에서, 나무 위에 올라탄 자세는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달빛아래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그 속내는 무척 '평안'해 보인다. 제목,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평안하게 잠자는 사자'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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