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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내가 가진 커리어중 최고의 상품은 무엇인가?

이직의 본질과 전략

드로잉=최송목

이력서는 당신이라는 창고의 재고조사용이다. 경영 컨설턴트 스티븐 M. 샤피로(Stephen M. Shapiro)가 이야기한 ‘정신적인 재고 조사’ 같은 것이다. 재고조사란 지금 나에게 무엇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이력서를 수시로 쓰다 보면, 자기의 능력에 대해서 재고조사가 가능해진다.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은 무엇이며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 이 능력이 미래에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모자라는 부분은 어디이고 불필요하게 쌓여있는 재고 능력은 무엇인가? 그래서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야 하는가?

그리고 내 커리어중 최고의 상품은 무엇인가? 등이다. 자기 스스로 가진 능력의 재고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이다. 재고 조사는 대기업, 중소기업, 구멍가게 건 상품 판매를 전제로 하는 모든 업에 적용되는 일이다. 개인의 취업. 이직활동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뭔가 성공 스토리를 하나쯤 완성하고 이직하라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한 번 해 본 사람이 다음에 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 나온 말이다. 성과를 내 본 사람만이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런 경험자에게는 "고기 같이 먹자"는 제안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삼국지에서 나오는 뻔한 이야기, "누가 누구의 목을 베었다."더라 하는 무용담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성공 이력으로 미래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려는 것이다. 즉 한 번 더 그 기량을 발휘해 줄 거라는 기대감이다. 채용자의 관점이다. 나의 재고 자산 중 최고의 상품, 자랑거리 상품을 가져야 하는 핵심 이유다.


그러니 내일 당장 그만두더라도 반드시 성과를 내고 그만둬야 한다. 지금의 직장, 팀에서 뭔가 확실하게 '성공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군인들의 '무공훈장'같은 배지 효과를 가진다. 이것은 동일 업종을 넘어 이업종에도 통용된다. “암행어사 출두야!”라는 마패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직에서는 구체적인 프로젝트 성공경험을 가지고 넘어 가야 다음 성공 확률이 높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다.


씨름선수 천하장사로 이름을 날렸던 강호동은 개그맨, MC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방송인이다. 그를 수식할 때는 항상 '천하장사'가 따라붙는다. 워낙 유명했던 선수이기도 하지만 천하장사로 거둔 정상의 명성이 십분 작용한 것이다. 서장훈은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1만 득점, 5천 리바운드 기록을 보유한 농구스타 출신이다. 2013년 은퇴 후 다수의 예능에 출연하고 있는 인기 방송인이다.

시청자들은 늘 그들의 화려한 과거 후광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씨름 무용담이나 농구 소재를 담화나 잠깐씩의 영상 노출로 “천하장사 출두야”, “서장훈 출두야”하는 마패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첫 직장인 은행에서 전산 프로그래머였는데, 처음 증권사로 이직할 때는 다룰 수 있는 컴퓨터 언어 종류, 개발한 업무(국민주 개발자) 등이 따라붙었고, 사업할 때는 "창업 바닥부터 코스닥 상장의 위업을 달성한 사장", “외자유치 100억”의 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당시에는 이런 명성으로 대학원에 성공 사례발표자로 불려 다니기도 했다. 이런 키워드는 통상 지인들이 붙이는 수동적인 네이밍이지만, 프리랜서로 입문하는 분들의 경우 본인 스스로 직접 스토리 기반의 네이밍을 할 필요도 있다.


결국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가 완성되는 것은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는 것과 같다. 그 상품이 잘 만들어진 성공한 제품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만, 반대의 경우도 통한다. 때로는 실패도 가치를 발휘한다. 이 경우도 큰 실패일수록 어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 스토리는 성공이던 실패던 진폭이 클수록 좋다.


한마디로 극적인 스토리가 사람 심리와 감정을 자극한다. 내 경우도 880억 매출의 코스닥 상장사 대표, 월급 7천만 원, 연봉 9억, 자산 100억의 화려함에서 급 몰락 빚더미에서 법정관리, 청산을 거쳐 빈손으로 된 롤라 코스트 같은 삶을 주제로 상품화했다. 그동안 쓴 네 권의 책이 그것이다. 글 솜씨가 아니라 나의 콘텐츠로 승부한 덕분에 세 권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했고 지금까지도 (엄청나게는 아니지만)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뭐든 스토리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개인의 스토리는 그게 성공이던 실패던 이력서 작성이나 구술면접에서 반드시 묻는 피할 수 없는 단골 필수 주제다.

두 번째는 설령, 이런 공식 인터뷰 용도가 아니더라도 직장동료나 비즈니스 파트너에게도 기회가 생기면 술자리 안주용이나 심심풀이로 자랑 홍보 겸 넌지시 던지면 상대가 흥미로워할 좋은 이야기 소재거리가 된다. 즉, 개인의 무용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혹시라도 나중에 글이나 책을 쓸 기회가 생길 때 별도의 고민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준비된 스토리텔링이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미리 정리해두는 것과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아무리 본인 이야기라도 상대방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토리의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평소에 정리해 둠으로써,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애담, 죽을 뻔한 경험, 실패담, 성공담, 재미있었던 일화 등으로 이야기를 분류해두고, 마치 자주 보는 책을 서고에서 꺼내 보듯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즉시 꺼내 쓰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서고(라이브러리, Library)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상황 대처 능력 차이는 천양지차다. 준비된 사람은 이야기 전개가 기승전결 막힘이 없이 응용까지도 가능하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이야기 속도와 논리구성이 아무래도 지루하거나 두서가 없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마치 노래방이나 회식자리에서 갑자기 노래 요청을 받았을 때 대응과도 같다. 자기 애창곡(18번), 앙코르곡, 즐거운 자리 곡, 무거운 자리의 곡을 미리 생각해 두고 있다면 애써 준비하지 않아도 바로 즉흥적으로 멋지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준비된 사람과 임기응변의 차이다. 준비된 사람은 마치 임기응변인 것처럼 한 수 더 내다보는 상황 대처가 가능한 것이다.


<참고> 최송목, 나는 전략적으로 살 것이다, 유노 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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