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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같은 직이라도 규모, 업종이 다르면 일도 달라진다

이직의 본질과 전략

그림=최송목

먼저, 대기업 출신과 중소기업 출신은 업무 적응방식이 달라야 한다

같은 인사, 총무, 영업, 회계 업무라 할지라도 스타트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에서 각자 요구하는 역량이나 일하는 방식, 디테일이 다르다.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력과 역량에 대하여 받아들이는 회사의 인식과 관점이 다르다. 예컨대, 같은 회계 업무라도 회계프로그램 종류나 스펙이 다르고 내부, 외부, 아웃소싱 방법이 다르다. 배로 비유하자면 돛단배 운항법과 항공모함 운항법이 다르듯이 기술도 다르고 원하는 역할도 다르다. 


따라서, 대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직원이라도 중소기업에서는 스펙만 화려한 빛 좋은 개살구의 무능력자로 그칠 수 있다. 역으로 부지런한 중소기업의 직원이 대기업에서는 디테일이나 전문성이 약해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멀티 플레이어를 원하고, 중견기업, 대기업 등 큰 조직으로 갈수록 세부 전문가(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숲의 나무 사이를 쏘다녀야 하고 대기업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살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둘째,  대기업 출신이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직장이라는 거대 조직위에서 발휘한 능력과 당신의 온전한 능력과 구분해야 한다. 능력 있는 직장인들은 흔히 자기 존재나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하거나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직이라는 '거인'이 부여한 권위에 익숙하여 생기는 오만과 착각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장기간 근속하던 임원이 끈끈한 인맥에 잔뜩 기대하고 독립하거나 창업하여 망하는 경우다. 평생을 떠받들어 모실 것 같던 부하직원, 굽실거리던 하청업체들도 거인의 어깨에서 내려앉은 당신에게 예전 같지 않거나 아예 관심 없을 것이다. 이익이 있는 곳에 관심 있고 권력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법이다. 당신의 인격이 사람들을 모았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동안 당신 뒤에 있었던 회사가 당신의 뒷배였고 거인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바라본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배경인 당신 회사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당신은 회사라는 스크린 위의 허상에 불과했다. 이직 시 이력서 작성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해 정확히 구분해 주는 것이 좋다. 회사라는 조직이 어떤 배경과 역할을 했고 거기서 자기 개인이 한 역할과 능력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분석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대기업 출신이 이직하여 중소기업에 취직할 경우 마음고생이 많이 생긴다. 대기업 출신이 중소기업에서 적응하기 힘든 이유는 그들의 생각이 그들이 머물렀던 과거 대기업의 안락함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원천적인 자존심과도 관련이 있다. 그들은 대개 엘리트들이고 공부를 잘했고 출신, 자격 좋은 스펙들이다. 그래서 쉽게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에서는 그런 자존심은 업무추진에 큰 장애물이 된다. 실무에서 그런 과거의 훈장 따위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럴 여유가 없다. 


또 대다수 대기업 출신들은 악착같은 근성이 부족하다. 대기업에서는 매달 또박또박 나오는 급여로 생활이 충분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오늘 매출로 오늘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사장이 그런 마음으로 움직이니 직원인 당신도 그리 움직여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가만히 있어도 생활이 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그냥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악착같이 움직여도 확률이 반반이다. 과거 좋은 직장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생각의 관성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외부환경은 변하고 있는데 본인은 그대로라면 굶어야 한다. 이것은 검사 출신이 변호사 개업 후 적응하기 힘든 것과 같은 구조다. 갑의 위치에서 권력을 휘둘러다가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정리해야 하고 판사를 존중해야 하는 을의 '서비스' 위치로 180도 전환하여 단기간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기업 출신이 중소기업에서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몸과 마음의 낮춤이다. 하청업체 부리던 도도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한 마음과 태도로 변신해야 한다. 억지 겸손은 금방 상대에게 드러날 테니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겸손이 필요하다. 다음은 전방위로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큰 조직의 후광과 여러 팀원들 사이에서 잠깐 손을 놓고 있어도 당신이 티 나지 않았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직할 회사의 업종이 다를 경우 사전 자료조사,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

업종전환은 공부가 좀 필요하다. 모든 이직에는 당연히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지만, 일반직(경영지원 업무 등)의 경우 요즈음은 책이나 각종 산업보고서가 널려있어 일반정보를 얻거나 학습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다만 업종에 따라 특이한 관행이나 일하는 문화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출퇴근 스타일, 술 회식문화, 보고나 문서 작성 스타일 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직 후 나의 자유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지, 나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지를 미리 가늠하는 일이다.  


특히 전문직은 세분화되어 있고 같은 업종이라도 회사마다 특화된 기술이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조사해 보고 이직을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전문직의 ‘업종전환’ 이란 본인의 고유 직무를 유지한 채 회사의 업종이 다른 이직의 경우다. 예컨대, ❶ 전산 프로그래머가 제약회사에서 호텔이나 보험회사로 이직한다거나 ❷ 회계업무 전문가가 전자부품회사에서 제약 유통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대개는 전문직이라도 동업계를 벗어나면 새로운 업무지식 습득과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직이라도 대개는 동업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보험업계 프로그래머라면 보험업계만 맴돌고, 은행 프로그래머라면 은행만 맴도는 것이다. 전문분야 업무의 고유 직무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업종에 따른 업무공정의 프로세스나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적응 숙련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전문직은 업종 특성상 주로 ‘기술 선후배’나 기타 인맥의 소개를 통해 이직을 타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능하면 자질구레한 정보까지도 제공받아 판단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예컨대, 그곳의 기술자 분포(석사, 박사, 전공 비전공자의 비중 등),  나와의 동질 성향(고향, 학연, 선후배, 경력 상태의 분포상황 등), 조직도, 승진 경로 등을 미리 파악 조사 분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1. 정구철, 이직의 정석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스노 폭스 북스, 2019.07.01

2. 최송목, 나는 전략적으로 살 것이다, 유노 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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