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애완동물이라 부르더니
언제부터인가 반려견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많이 나아졌네 많이 좋아졌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잘난 척하더니 새삼 반려(伴侶)라니
이제야 나를 의지하는군
나를 알아본 건가 인간 너네들이 약해진 건가
애완이라는 말은 우리를 비하하는 말
언어의 개폭력이야
듣는 개 기분 나빠
완'玩'이라는 게 희롱하고 갖고 노는 거잖아
영어로 ‘펫 pet‘
동양이나 서양이나 우릴 갖고 놀기는 매한가지
반려견은 사랑으로 맞이하지만
애완견은 지배로 군림하는 것
반려견은 어깨 나란히 수평으로 대화하지만
애완견은 눈 아래 수직의 움직이는 장난감일 뿐
장난감은 낡고 고장 나면 버려지는 것
그래서 우리 개들도 늙거나 병들면 버려지나 봐
반려견은 가족이지만
애완견은 소유하는 물건이다
우리는 팔려 다닌다
한때 인간 여자들 노예들도 팔리던 때 있었지
가족은 매매대상이 아니야
강아지도 가족이잖아
우리는 출입제한도 많아
식당, 카페, 도서관, 사무실, 안방...
인간 니들도 그랬잖아
불과 100년 전 아니 지금도 피부색 다르다고 못 들어가는 식당이 있어
우리 개랑 너네들이 뭐가 다르지
눈 코 입 손 다 같은 걸
헤어질 때
반려견은 이별의 슬픔
애완견은 소유에 대한 상실
한쪽은 사랑이 멀어지는 것
다른 쪽은 재산이 사라지는 것
슬픔의 종류가 다르니 눈물의 질도 다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