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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Dec 27. 2022

어쩌다  전시

드로잉 왕초보 성장일기

배운 지 1년, 이제까지 남들의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부러워했던 '전시'라는 , 그게 나에게 일어났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어쩌다 '전시'다.


같이 그림 공부하는 장비(장비를 잘 갖추었다고 붙여진 별명)님이 연말에 재미있는 일, 뜻깊은 이벤트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눈 동그랗게 모으고 생각하다가 "우리 전시회 한 번 해볼까요?"로 시작된 일이다. 이제 겨우 6개월, 1년, 가장 오래 다닌 캔디누님이 3년인 멤버들이다.


전시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돌발 단어다.

그동안 수 없는 전시회를 다녔고 그들은 예술계의 명사였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가들이었다. 명성만큼이나 전시장소도 그저 그런 아무 장소가 아니었다.  OO전시관, OO미술관 등등 명실상부한 전시회였다.

우린 그런 전시회가 아니다.

문화센터 1층 출입구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섰다.

각종 선전물이 난무하는 사이로 겨우 내밀고 있다.

다음 달 태권도 관원모집, 식당 메뉴판들 사이로 겨우 얼굴을 내밀었다.

그냥 '미니 전시회'다.

그래도 '전시'는 전시다.

안내문도 붙이고 배너도 만들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그럴듯해 보인다.  배너만 보면 무슨 대단히 큰 전시회 느낌이다.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아마추어들의 소꿉놀이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점점 커지고 모양이 갖춰져 가니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뭔가가 되어 있었다.


그림이라는 것이 자기 생각의 시각화라는 거대 담론인데_ 그 그림의 주인이 누구인가?, 얼마나 그림 경력이 있나?, 잘 그렸나? 잘 표현했나? 전시된 장소가 어디인가?_ 이런 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표현, 나의 동심'

- 초보지만 장비만큼은 확실한 '장비'작가님

- 10월에 처음 배우러 왔다고 붙여진 '시월'님

- 항상 젊은 감각의 패셔니스트 '캔디'누님

- 밝고 정열적인 사업가'레드', 우리 반장님

- 그리고 작가라 불리고 있는 나


재미있는 조합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그래도 우린 한 반 한 클래스다.


내친김에 전시 '안내문'을 올려본다.


그리고 그리고 (Drawing  and  painting)

그림이 좋아 그리다 보니 그리게 되었습니다.

점과 선이 모여 면이 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붓 생각이 쌓이고 빌더 업 하다 보니,

하나 둘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난생처음인 초보,

그리다 말다 다시 붓을 잡은 이,

일하느라 수업시간에만 열심인 이

그림보다는 사람들이 좋아 오는 이 等

다양한 동기와 붓질이 모였습니다.


잘 그리려고 힘주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슴 쭉 펴고 그려봤습니다.

각자의 눈으로 생각과 꿈을 그려보려 했습니다.


우리 각자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나이도, 성도, 얼굴도, 생각도, 걸어온 길도.

앞으로 갈 길도 다릅니다.

하지만,  오직 하나

생각을 그리려는 마음, 보이지 않는 걸 색을 입히고, 묘사하는 시각화를  추구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편안하게 그렸으니

오다가다  

편안하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걸다 보니 내 그림이 가장 많다, 연필 드로잉이라  동료들에 비해 작품 크기도 작업시간도 짧은 탓이다.

강아지 그림에다 몇 점 더 보태니 8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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