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송목 Jan 26. 2023

생수가 돼라

실패의 재발견 12-1화

살아있네!”

이 말은 누군가 친구가 왕성하게 활동하거나 생기 있게 움직일 때 흔히 하는 말이다. 비즈니스에서  이런 '살아있음'은 중요한 전략 포인트. 그래서 은연중에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내가 여전히 생수라는 사실을  주변에 끊임없이 알릴 필요가 있다. 


사람 인체의 대부분(약 70%)이 물로 구성되어 있으니, 사람은 곧 물이고, 사람은 물의 성질 속성을 가진다. 그런 차원에서 실패나 좌절에서 그 시간이 길어지면 우울해서 에너지가 방전되어 움직이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서히 고인 물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이때 좌절감과 외톨이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있다.

스스로 생수 즉, 움직이는 물이 되는 것이다. 고인 물을 흔들어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마치 소주 마실 때 소주병을 흔들어  '회오리'를 만들듯 자신을 흔들어 생동감을 가지는 것이다. 물에 산소를 불어넣고 가라앉은 자신을 끌어올리고, 우울한 기분을 괜찮은 척 유쾌하게 반전시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실천적 좋은 방법이 뭐 없을까?  

내가 해 본 방법 중 실제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 보겠다. 코로나로 비대면 시기라 기대했던 강의도 현격하게 줄어들어 강의나 대면 코칭의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가 파산했다는 소식은 이미 알만한 지인은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SNS(카톡, 카페 등)에 나의 강연 소식, 인터뷰 소식, 내가 쓴 칼럼 등 자질구레한 일상 활동 소식을  꾸준히 지인들에게 전송해 왔다.


반응이 좋았냐고? 아니다. 그중 극히 일부만 답장이나 '좋아요'를 누르고 격려해 줄 뿐 나머지  대부분은 시큰둥한 반응 내지는 무반응이었다. 사실 이것은 나의 지극히 의도적인 기획 활동이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잘 읽지도 않고 귀찮아한다. 사실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자질구레한 일상을 낯짝 두껍게, 때로는 막무가내로 보내는 이유는 뭘까? 딱 하나다. 지인들에게 메시지의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 열심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나만의 가스 라이팅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그중 극히 일부는 카톡을 단절하고 나가버렸지만, 대부분은 귀찮아도 제목만이라도 읽어 주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카톡은 '읽고 안 읽고'를 분명히 알 수 있어 이럴 때 아주 편리한 도구다. 나와의 관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그냥 밋밋한 사이인지를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댓글을 달아주면 아주 좋은 사이, 내키지는 않지만 '좋아요' 이모티콘이라도 눌러주면 우호적인 사이, 읽었지만 아무 응답 없이  참고 있다면 그저 그런 사이, 아예 읽지 않거나 친구 끊기 하거나 나가버린다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면  다. 직접 대면 없이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내는데 이만한 도구가 있을까?

 

결과적으로, 나는 지난 수년간의 이런 카톡 메시지 전송 전략이 잘 먹혀들었다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그리 잘 아는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연 요청이나 인터뷰, 자문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부지불식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결과다.

"그 사람 아직 현역이야, 일하고 있는 사람이야"

"지난번에도 제주에서 강연했나 봐, 아직도 유명 강사인가 봐" 

"사진 보니 아직 생생하던데..."등이다.

나의 살아있음을 알리는 '생수'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살아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주저하던 주머니에서 돈도 나오고 사업 제의도 들어온다. 내가 어렵다고 어두운 표정 짓고, 피하거나 지질하게 다닌다고 누가 더 동정하고 도와주지 않는다. 내가 움직여야 상대도 움직인다. 나를 흔들자.  스스로  생수가 되자.

이미지= 통로이미지



작가의 이전글 겸손 vs 겸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