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저자는 지금 뭐 하고 계세요?
사장의 책 쓰기
독자는 저자의 과거 경험과 지식 못지않게 그의 현재 상태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질문은 필자에 대한 현재 신용상황을 보려는 의도다. 건강 강의하는 의사가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 핼쑥한 얼굴로 강의를 하고 있다면 그 강연은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다. 또 빈티 줄줄 흐르는 가난해 보이는 강사가 돈 버는 법이나 부자 되는 법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면 그 또한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강사는 그 콘텐츠나 주제에 걸맞은 얼굴, 태도, 직함,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글쓴이가 쓰고 주장하는 내용이나 주제에 대해서 담보할 수 있는 현재 상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책 내용은 알겠는데, 저자는 지금 뭐 하는 분이세요? “
앞에서 언급한 저자의 경험이나 지식이 저자의 ‘과거형’ 자격이라면 저자의 지금 상태를 보여주는 것은 저자의 ‘현재 진행형’ 자격이라 할 수 있다. 독자는 ‘과거형 History ' 보다는 생생한 ’ 현재형 Story'를 더 선호한다. 과거는 죽은 것이고 현재는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 1> 책 쓰기 강좌 모임에서 20대 말 정도 나이의 작가 지망생 A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에너지가 충만했고 책을 써보려는 의지가 강했다. 같이 토론도 하고 자기가 쓰려는 책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자리도 마련되어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A는 취업준비생에 관한 가이드북 성격의 자기 계발서를 기획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하여 S중공업(대기업) 2년 퇴사가 사회경험 전부였다. 아마도 그는 책으로 인생승부를 걸어보려 했던 것 같다. 책 쓰기 코칭 선생님은 별다른 이유 없이 미적미적했고 결국 그 학생은 지쳐서 자진 중도포기했다. 아마도 대기업 2년이라는 일천한 콘텐츠로는 아무리 글솜씨가 좋아도 코칭해 봤자 승산이 없을 거라 판단했던 것 같다. 옆에서 지켜본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례 2> 어느 치기공과 교수가 취미 삼아 동양고전을 공부하다가 고전에 너무 매료되어 내친김에 책을 냈다. 결과는 초판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흥행의 대실패였다. 교수의 주업인 치기공학과 동양고전이라는 전혀 별개의 전문지식 간의 상호매칭에 대해 독자들이 연결성과 전문성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한다.
<사례 3> 위 두 사례와는 반대로 과거의 지식이나 경력을 '현재 진행형'자격으로 희석시키거나 반전시킨 경우도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 스피치 유명강사들 중에는 당연히 심리학이나 철학을 공부했거나 성우, 아나운서 출신이겠거니 해서 찾아보면 전혀 엉뚱한 전공자 경력자들이 수두룩하다.
- '언니의 독설'등 40여 권의 책을 낸 유명 스피치 강사 '김미경'대표의 전공은 작곡이다.
- '유쾌한 소통의 법칙 67'등 10여 권의 책을 낸 스피치 강사, 소통의 대가로 알려진 '김창옥'교수는 성악과 출신이다.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본인의 과거와 현재의 갭을 최대한 근접시키거나 현재를 최대화시켜야 한다. 책의 콘텐츠 내용과 현재 상태와의 거리(갭)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지금 쓴 책의 내용과 걸맞은 돈, 지위, 태도, 상태의 일치다.
그러자면, 논리적으로 본인의 전문지식 축적 과정을 잘 설명 설득하거나 강연 등을 통해 지명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책의 전문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만약 그런 게 어렵다면, 연출을 해서라도 싱크로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독자는 현재의 당신과 당신의 현재 실력을 보고 싶어 한다. 독자는 당신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치밀하다.
그림=최송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