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집필 목적은 무엇인가?

사장의 책 쓰기

by 최송목

독자는 필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 '저자는 무슨 의도로 이 책을 썼고 독자는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그래서 저자에게 집필 목적을 직접 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냥 내용만 좋으면 됐지 책을 쓰게 된 동기나 목적까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나? 하지만, 감성 깊은 독자, 일부 성질 급한 독자는 그런 디테일까지 살피기를 원한다. 메타포를 주로 하는 詩가 아닌 다음에야 가능하다면 글 시작 전에 미리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게 예의라 생각한다. 자기가 쓴 글이니 요약하기도 어렵지 않고 사실 한 두 페이지 정도만 신경 쓰면 될 일이다. 독자에 대한 일종의 ‘친절’또는 가이드 서비스쯤으로 생각하면 맘 편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집필 의도에 대한 요약 서문(프롤로그)은 글을 쓰는 작가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책 쓰기 전에 미리 작성하는 경우도 있고 다 쓰고 난 후 요약 차원에서 정리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어느 경우가 되었던 전체 윤곽을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도 되고, 책 주제의 범위나 초점을 분명히 하여 궤도이탈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집필자의 나침반 역할도 하는 것이다. 내가 쓴 책 4권의 서문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다.


1. 《사장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쓴 이유

사람들은 흔히 빌 게이츠, 잭 웰치, 마크 저커버그, 워런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이병철, 정주영, 손정의 같이 수백, 수천억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던 슈퍼리치들의 이야기에서만 무언가 배워보려고 한다. 하지만, 당신 같은 중소기업 사장의 현실은 어떤가? 백만 원, 이 백만 원 매출의 현장에서 하루하루 고전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들은 한갓 이상적인 먼 나라 이야기, 뜬구름 같은 그저 좋은 말씀, 교훈일 뿐이다. 회사규모나 매출이 크다 해서 비례적으로 그 사장의 생각이 크고 깊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여러분에게 대학교수들의 경영학 이론 같은 통상적인 교훈 따위를 들려주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게 아니다. 정글의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실전적 모티브를 나누고 싶다.... <중략>... 나는 당초 위대한 CEO를 목표로 꿈꾸었던 사람이 아니다. 더더구나 소위 “금수저”도 아니다. 그저 시골에서 농사짓기 싫어 상경한 시골청년 ‘흙수저’다. 단순하게 성공이라는 욕망에 이끌려 산이 있으면 수풀을 헤치고, 물이 있으면 배로, 헤엄으로 건넜다. 계단을 오를 때는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앞은 볼 수 있었지만 10 계단, 100 계단 앞은 보지 못했다. 아마도 그때 나에게 「망원경」 같은 가이드 역할의 兄이 있었다면 좀 더 큰 강, 큰 산을 건넜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나온 길에는 아쉽게도 그런 ‘兄’이 없었다.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했다. 그래서 서툴렀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CEO를 선택하는 방법도, 유지하는 방법도, 물러나는 방법도, 넘어지는 방법도 모두 처음으로 나 홀로 외롭게 선택했던 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그때 경험 많은 ‘兄’ 같은 ‘셀파’의 길 안내 가이드가 있었더라면 지속적인 자극과 영감으로 성찰의 기회를 가지고 좀 더 오랫동안 기업가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골프에서 경험 많은 프로선수와 라운딩을 하면서 실전 교습을 받는 “원 포인트 레슨”이라는 게 있다. 연습장에서 아무리 고쳐도 풀리지 않던 스윙이 현장 실전에서 프로의 예리한 한마디 지적만으로도 쉽게 영감을 얻고 교정할 수 있다. 비록 이 글은 위대한 골프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처럼 그 유명세에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이 책에서 바로 그런 영감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불러일으켜 주고 싶다.... <중략>... 이 글은 한마디로 사장(社長)에 의한, 사장(社長)의 눈으로, 사장(社長)을 위하여 쓴 글이다.


2. 《나는 전략적으로 살 것이다》를 쓴 이유

나는 지금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독자 여러분의 모습들을 상상해 본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고 늘 힘없는 존재로만 여겨왔던 '미생' 직장인 당신이 어느 순간부터 직장의 본질과 보스의 생각을 미리 간파하고 예측하면서 직장생활을 유쾌하게 하는 모습이다. 그 감정이입과 상상의 대상이 과장이던, 부장이던, 이사던, 사장이던, 그 누구든 그들의 생각(또는 전략)을 당신이 미리 꿰고 출근할 수만 있다면, 당장 내일 아침부터 훨씬 맘이 편하고 기분이 유쾌해지지 않을까? 게임하는 기분일 수도 있겠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 출근하는 사무실이 조금은 더 환하게 밝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이다.... <중략>... 그동안 많은 직장인 분들이 본인이 직접 쓴 '직장인'주제의 많은 책은 을의 관점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경영학 심리학 교수가 쓴 이론서들은 실제 현실과의 갭차(Gap)가 존재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을의 관점과 이론의 갭차를 뛰어넘어보려는 시도다. 그래서 “착하게”, “열심히”, “성실히”살자 등의 뻔한 소리는 가능하면 삼가려고 노력했다. 설령, 그런 내용이 있다 해도 그럴 때면 반드시 그 이유를 그럴싸하게(?) 달아 놨다. 가능하면 에둘러 가지 않고 본질을 보고 직설했다. 중력에 익숙해져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당신의 “희망근육”을 살짝 건드려 보기도 하고, 현실에 배불러 게슴츠레 해진 당신의 눈에 신선한 바람을 보내 움찔 ‘용기’도 일깨워 보려 한다.


3. 《사장으로 견딘다는 것》을 쓴 이유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내딛는 긴 여정이다. 나 역시 그런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모진 풍파를 겪었다. 이 책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의 불황과 함께 위기를 맞고 있는 여러 사장, CEO분들에게 과거 필자의 그런 아쉬움과 회한에서 뭔가 반면교사가 될 점을 찾아낼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글이다. 나는 내가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에 조금 앞서 경험이 더 많을 뿐이다. 경험이 더 많다고 더 지혜로운 것도 아니다. 어차피 닥쳐 올 미래는 당신이나 나나 처음이고 새롭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잡다한 낙서로 뒤덮인 나보다 순수한 여러분이 더 나을지 모른다. 또 당신이 나를 선배라고 깍듯이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일찍 태어난 게 무슨 벼슬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별 차이 없는 거의 동시대인이다. 버전으로 치면 내가 좀 뒤처진 구버전이다. 어차피 ‘0’으로 똑같이 리셋되어 시작한 게 우리네 인생이다. 마라톤이라면 내가 먼저 출발해 구간에 들어선 것뿐이다. 다만, 내가 몸으로 경험하며 달려온 이 뼈저린 교훈들이 그래도 한 두 군데쯤은 당신과 공감지대가 있을 것이라는 데 위안 삼고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그런 공감이 당신의 지금 처지와 상황을 좀 더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재활용되고 영감으로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중략>... 성공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공통의 주제이고 사람들은 그 성공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바람도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로 설정했다. 다소 공격적이고 거품 가득한 빈 ‘성공’이 아니라, 방어적이지만 단단하고 속이 꽉 찬 ‘서바이벌’이다.... <중략>... 사업에서도 가끔은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망하지 않는 게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사업은 주로 성공하기 위해 시작하지만, 때로는 살아남는 것 자체, 생존이 승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요즈음 같은 펜데믹 불황기의 변곡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회사가 망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직원복지, 사회적 책임, 기부, 품격을 추구하는 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ESG 등 이 모든 것이 회사가 존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망하지 않는 것이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 그래서 회사 존속은 사장의 최우선 책무다.


4. 《사장의 품격》를 쓴 이유

최근 사회 움직임에서 사장은 이런 세대 간, 상하 간, 남녀 간의 구조적 갈등을 조정. 극복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 외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높은 도덕 수준과 다수 직원의 행복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을 커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사장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다. 대다수 중소기업 사장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매달 다가오는 급여일이 두렵고 매일매일의 매출에 가슴 졸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과 행복을 근간으로 사장의 '품질', '품위', '품격'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언감생심일 수도 있고 배부른 이야기로 만인의 핀잔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중략>... 이 글은 필자의 기업활동과 기업인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걸러 낸 직간접 경험의 토대 위에 통찰을 통하여 "품격"을 입혀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사장의 모습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는 도달 가능한 사장의 최대치 모델을 설정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중략>... 따라서 "사장의 품격"이란 이런 현실적인 갭의 격차를 지속적으로 메워가는 정반합의 논리선상에서 사장의 기업활동을 사회적 가치로 승화시키려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을 향한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에 대한 사장의 눈, 사장의 관점이 달라져야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변화할 수 있다. 가치관의 격심한 혼돈과 금권만능주의가 시대가치를 흔들고 있는 "쓰레기통 같은" 현실에서 자본주의의 최선봉장인 사장이 품격을 지향한다는 것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며, 주어진 현실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중략>... 수많은 부정적인 지탄과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국가의 동력이 "사장"임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인력 창출이니 사회적 기여니 하는 사회적 요구들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그들의 과거 국가사회에 대한 궤적과 미래역할에 대해 합당한 사회적 박수나 격려가 소홀하지 않았나 되돌아볼 시점인 것 같다. 그리된다면, 이러한 사회적 격려에 부응하여 사장들이 신나는 마음과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노력으로 "품격"을 다듬어 갈 것이고, 기업과 사회가 더불어 상생하는 밝은 미래를 예고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작성과정이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집필의도, 글의 방향, 책을 쓰게 된 동기나 이유를 언급하는 것은 독자를 초반에 확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원고 초반부터 이것을 미리 작성해 두고 수정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원고 본문을 작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나의 방향키 즉, 조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부수적으로 독자가 “작가는 왜 이 책을 썼을까? “,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보려고? 자기 전문성을 높이려고? “ 등 불필요한 다른 상상을 하는 것을 미리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효과도 있다. 이걸 작성하고 안 하고는 순전히 책을 쓰는 작가 여러분의 선택이지만, 가능하다면 쓰는 것이 좋고, 쓸 바에야 정성 들여 제대로 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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