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시작 4단계

사장의 책 쓰기

by 최송목

Step1) 그냥 쓰라

묻지도 따지지도 마라, 너무 따지다 보면 아무것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책 쓰는 데 무슨 목숨이 걸린 것도 아니고, 문장하나 잘못으로 파산해서 집이 날아가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이리 재고 저리 잰다. 글 쓰고 책내는 데 잴 게 그리 많지 않다. 처음부터 너무 형식이나 기교, 문법, 주제의 일관성 등을 따지면서 글을 쓰기 시작면 뭔가 일하는 느낌이 들고 의무 같아서 금방 싫증 난다.


또 다른 나나 불특정 사람에게 그냥 화풀이나 푸념한다 생각하고 그냥 써내려 가는 것이다. 어깨 힘 빼고 잘 써야겠다는 의지 없이 생각 따라 쓰는 것이다. 문법 따라 쓰기 금지다. 다만 어느 정도 분량 채우는 걸 권장한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차츰 문장 줄 수를 늘려 가도록 한다. 근육량, 몸집을 불려놔야 근육이 생기고 힘이 붙는다. 성악가수들이 몸통을 불리는 원리다. 책도 처음에는 분량이 중요하다. 그냥 분량을 채워라. 품질은 나중이다. 생각을 글(행동)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무식해야 용감하다.


Step2) 고상하게 쓰려고 하지 마라.

내가 알아야 남들도 알아듣는다. 자기도 잘 모르는 용어를 사전 찾아가면서 쓴 글은 남들도 잘 못 알아본다. 유식하게 보일는지는 몰라도 읽히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는다. 대중들은 의외로 수준 이하다. 대중들을 너무 수준 높게 과대평가하지 마라. 당신의 글을 보게 될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식정도가 얕고 고상하지도 않다. 대다수는 구글과 네이버 검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신 책을 볼 독자들이 학식이 높은 교수나 지식층이라고 미리 단정 짓지 마라.


대개의 독자들은 지식 사냥꾼 정도다. 그들이 지식에 목말라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지식을 반드시 당신이 직접 전달할 책임을 질 생각을 가지는 것은 지나친 오지랖이다. 보다 깊은 전문지식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당신은 그런 전문지식은 누구에게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정도의 안내인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다. 당신이 쓰고 언급하는 모든 영역을 전방위로 커버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단순하고 쉽고 간결하게 써라. 아는 부분만 열심히 쓰고, 모르는 부분은 전문가를 인용하던지 적당히 넘겨라. 너무 억지로 아는 척하여 독자들을 힘들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내가 글 쓰고 책 내면서 느낀 건데, 독자들만큼 그런 눈치가 빠른 사람도 없는 듯하다. 자기들이 돈 내고 시간 내서 읽고 있는 책이 저자 본인도 잘 모르면서, 자기 지식인 양, 자기 경험인 양 글을 쓰고 있는지를 알아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같은 사람인데 책 고를 때만큼은 어쩌면 그리도 눈이 밝아지고 총명한지 모르겠다. 그들은 무작위로 몇 페이지만 보고 금방 알아챈다. 자신은 비록 한 문장도 쓸 수 없지만, 그게 독자라는 이름의 선별 안이다.


그러니 우리 글 쓰는 사람, 작가는 동물원, 투명 유리안에서 글 쓰고 있다는 기분으로 솔직하고 간결하게 아는 만큼만 써내려 가야 한다. 사실 명문장, 좋은 글의 특징은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어렵지 않다. 쉽게 읽히는데 많은 것이 담겨있는 말, 그런 글이 좋은 글이다.


Step3) 주제를 잡고 느낌을 확장하라

글쓰기 초보자들에게 글쓰보라고 하면 주로 시간대별로 쓰는 경향이 있다. “10시에 출판사 사장이랑 차 마시고, 12시에 점심을 먹었는데...” 이런 식이다. 만약 이 글의 제목을 잡는다면 ‘O월 O일의 하루일지‘ 정도가 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시간의 틀속에서 살아가는 습관에 굳어 있어 그럴 것이다.


글 쓸 때는 시간 개념을 별도로 ‘뚝’ 떼내어 별도의 주머니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하면 주제를 잡고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다. 예컨대, “출판사 사장 미팅”이라고 제목을 잡으면 “장소가 시끄러웠다. 저작권 부분이 너무 불리했다. 커피가 맛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글의 내용과 흐름이 달라질 것이다. 차츰 이런 주제 중심의 글쓰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결혼’, ‘우정’, ‘축제’ 등으로 자유롭게 정치나 사회문제 나아가 추상적인 주제에 이르기까지 주제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Step4) 가능하면 길게 써라

글은 짧게 써놓고 늘여가는 것보다는, 길게 써놓고 줄여가는 게 좀 더 쉽다. 수식어를 동원하는 등 말을 길게 쓰거나 중언부언 사설을 늘어놓으라는 게 아니라 이야깃거리, 자료를 많이 확보하라는 뜻이다. 글을 다 써놓고 난 후, 분량을 줄여나가는 일은 쉽지만, 분량이 부족해서 늘이는 것은 새로운 창작이 되어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초고는 어느 정도의 분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니체는 긴 문장과 짧은 문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야심은 다른 사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말하는 것을 열 개의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다. 긴 선은 쉽게 고부라진다. 용장(冗長)한 문장은 불명료하기 쉽고, 그래서 간결하면 부정확할 위험이 덜해지는 것이다. 증언부언이나 췌사는 쓸데없는 오해와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간결한 문장은 대게 짧지만 문장이 짧다고 해서 반드시 간결한 것은 아니다.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뜻을 나타내는 것이 명문장이다.”

물론 니체는 세계적 명문장가이다. 글쓰기 초보가 처음부터 이런 흉내를 낼 수는 없다. 우리는 긴 문장을 써야 한다. 긴 문장을 쓸 수 있어야 짧은 문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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