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동창생들끼리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이것은 회사의 목표와 직원의 목표가 다르고 사장의 목표와 직원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죠. 이것은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대화에서 ‘회사’를 ‘가게’로 바꾸면 똑같은 말이 되지요. 아르바이트생은 가게가 바쁜 것을 원치 않습니다. 손님이 많이 오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일만 바빠지고 그렇다고 급여가 더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매출이 늘어나도 특히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은 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뻐할 일도 아니고 심신만 피로해질 뿐이죠. 그에게 손님은 매출이 아니라 스트레스입니다.
이것은 성과의 배분과 목표의 불일치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대부분의 사장, 가게주인들은 항상 본인의 꿈과 희망을 나누어 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벽에도 커다랗게 붙여놓고 매주 회의 때마다 강조하지요. 하지만 사장 혼자서 바쁘고 혼자서 즐겁고 혼자 괴롭고 외롭습니다. “왜 이렇게 우리 직원들은 열심히 하지 않을까?”라는 불만도 하지요. 하지만 직원들은 사장의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꿈의 소유권이나 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장은 꿈만 나누어 주려고 할 뿐 꿈의 성과물인 수익은 나누어 주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직원들은 사장의 즐거움도 모르고 괴로움도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장만이 회사의 유일한 주인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회사의 주인이 사장 자신뿐이라고 생각하는 한, 그 꿈을 공유하기는 힘들지요. 또한 주인만이 꿈을 가질 수 있으니 나머지 종업원은 꿈을 가진 상전을 모시고 있는 머슴일 뿐이지요. 같이 일하면서 같이 나누고 있지 않으니 단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무늬만 동료일 뿐 동상이몽이지요.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국내 282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연봉은 14억 1200만 원으로 직원과 연봉 격차가 15.5배입니다. 이는 평균일 뿐 연봉 격차가 무려 100배 이상인 기업도 있습니다.
기업만 그런 건 아닙니다. 같은 병원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도 다 같이 환자를 대상으로 일하고 있지만, 엄청난 임금차이가 있습니다. 2022년 YTN보도에 의하면, 일반 의사 평균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간호사는 의사의 1/5 수준입니다. 한편, 최근 2년간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간호사들이 8,35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23년 5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간호사 4명 가운데 3명꼴로 최근 3개월 사이에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직 고려 사유로는 열악한 근무 조건과 노동 강도가 43.2퍼센트로 1위였고 낮은 임금 수준이 29.4퍼센트로 그다음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불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임금 결정에는 책임과 업무 강도, 전문성 등을 종합 고려하여 정해졌을 터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머리로는 수긍이 가지만 부러운 감정이나 소외감, 박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주인과 머슴이 꿈을 동기화하는 방법은 이론상 간단합니다.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져야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 상하동욕자승)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인과 직원이 같은 욕망을 가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인이 직원들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것입니다. 비전의 결과물이 ‘공동의 노획물’이 될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거지요. 말로는 주인처럼 해야 한다고 떠들면서 주인 행세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거나, 실제로는 머슴처럼 부리면서 말로만 ‘주인’이라 칭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요. 사장은 제시한 그 꿈을 실현시키는 선봉장인 동시에 그 노획물을 직원들에게 잘 나누어 주는 훌륭한 배분자여야 합니다. 먼저 직원들 각자가 필요로 하는 욕망과 미래 희망, 비전을 자극하고 그 결과물을 적절한 타이밍에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전쟁이라면 노획물이고 회사라면 인센티브입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감당하기 어려운 배상금 의무를 져야 했고 군 병력도 10만 명으로 제한됐으며 징병제 대신 모병제를 시행해야 했습니다. 전투기, 전차, 방공포, 대전차포, 중포, 화학 무기 등도 소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독일군이 어떻게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초기에 승기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팀 리플리의 《독일 국방군》에 의하면, 히틀러가 장교들의 봉급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충성심과 사기를 높이는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당시 독일 산업 근로자의 1개월 평균 봉급은 140달러였는데, 독일군 원수의 연봉은 2,000년 기준으로 약 20만 달러로 책정함으로써 독일군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는 동시에 장군들의 환심과 영혼을 사게 된 것이죠.
몽골의 칭키즈 칸은 전장의 가장 선두에서 적을 공략하고 성을 탈취한 자에게 노획물을 전부 나눠 줬습니다. 초기 원정 거리가 짧을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영토가 넓어지고 원정 거리가 멀어지자 점차 후방에서 물자를 공급하고 말편자를 만드는 대장장이나 수레를 끌던 자들의 불만이 높아져 갔습니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일선에서 전쟁을 치른 전사나, 후방에서 물자를 보급한 사람이나 공과에 따라 공정하게 노획물을 나눠 줌으로써 모든 병사가 성취욕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한번 지시하면 죽을 때까지 임무를 수행했고 대를 이어 충성했습니다. 상하 욕망이 같아야 이깁니다. 욕망이 같은 팀이 성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