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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Dec 30. 2024

리더의 치명적인 5가지 함정, 장유오위

생활 손자병법

손자병법에 장수가 피해야 할 다섯 가지 유형의 위험 ‘장유오위(將有五危)’가 나온다. 요즈음식으로 바꾸면, 지도자가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위험한 함정이다. 회사 회장, 사장은 물론 고위공직자, 정치지도자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힘들어하는 대목들 대부분이 여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필사가살 (必死可殺)’은 목표 달성을 위해 죽기 살기로 하면 결국 죽는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죽을 각오로 임한다는 것은 죽을 확률을 낮출 생각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죽더라도 목표만 달성되면 그만이니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다. 삼국지의 장비처럼 저돌적이거나 여포처럼 용맹하기만 할 뿐 지모가 없는 경우다. 이것저것 따지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나가는 유형이다. 부하가 상사를 대신해 그렇게 움직여주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그렇다면 최악이다. 조폭 영화를 보면 행동대장은 대개 생각이 없고 시키는 대로 무작정 돌진만 하다가 결국 죽거나 감옥살이를 한다. 전형적인 ‘필살가살’이다.


리더는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용맹보다는 이성적인 상황의 유불리를 냉정하게 잘 따져볼 줄 알아야 한다. 개인이라면 죽기 살기로 열심히만 할 게 아니라 가끔은 잘하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방향도 점검하는 것이다. 핵심은 '죽을 듯이 싸울 상황이 아니라면 무모하게 달려들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필생가로(必生可虜)’는 살아남기 위해 싸우면 사로잡힌다는 말이다. 눈치 빠르게 움직이는 기회주의자 내지는 겁쟁이의 경우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쉽게 주인을 바꾸거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당적을 함부로 옮기는 자들이다. 또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조직에 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그 자리를 내놓지 않고 아등바등 버티는 태도로 조직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생각구조다. 그런 자들은 유혹의 미끼를 덥석 물기가 쉽고 상대방의 의도대로 바둥거리다 사로잡히거나 직위나 은혜를 전략적 의도로  베풀어 준 보스에게 평생 묶여 노예로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여야 국회의원들이 계파보스의 공천권에 휘둘려 영혼 없이 아바타처럼 움직이는 행태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필사가살 (必死可殺)’과 ‘필생가로(必生可虜)’를 연결하면, ‘무모하게 싸우지도 말고 비겁하게 살기 위해 요리조리 피하면서 기회주의자도 되지 말라 ‘가 된다.


셋째, ‘분속가모(忿速可侮)‘는 참을성 없이 쉽게 화를 내면 치욕(업신여김)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삼국지에서 장비는 화를 잘 내고 술도 잘 마시는 소위 ’욱‘의 대명사다. 그는 결국 화 때문에 부하들에 의해 허무하게 죽임을 당했다. 장비처럼 쉽게 격노하고 조바심을 일으키는 자는 희롱당하기 딱 좋은 대상이다. 상대방이 쳐놓은 올가미에 쉽게 빠지니 상대하기도 쉽다. 이와 관련하여 손자병법의 시계 편(始計)에 나오는 ‘노이요지(怒而橈之)’는 상대의 쉽게 화내는 성격을 이용하여 평정심을 잃게 하는 전략이다. 상대방의 조급한 성격, 강한 자존심 따위의 특성에 맞추어 고의로 도발‧자극‧유인함으로써 객관적 상황을 무시하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한다거나, 불리한 조건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책략이다.      

                              

넷째, ‘염결가욕(廉潔可辱)’은 지나칠 정도로 깨끗하게 청렴만 추구하면 모욕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원칙만 고수하면 사람을 놓칠 수 있다. 소소한 것까지 너무 청렴을 강조하면 사람을 피곤하게 하여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을 뿐 아니라 막상 필요할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 염결(廉潔)은 청렴결백이 아니라 자존심이다. 염결 한 사람은 자신의 명예를 중시한다. 명예가 목숨보다 중요하다 보니 그를 치욕스러운 상황으로 몰아붙이면 분속(忿速)하여 어쩔 줄 몰라하다가 결국 상대의 전략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분속(忿速)과 염결(廉潔)에는 주체의 차이가 있다. 분속 하는 사람은 대개 거칠고 무식하지만, 염결 하는 사람은 지식인이나 사회지도층이 많다. 그들은 체면을 중시하고 자존심이 강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치욕은 매우 참고 견디기 힘들다. 이때 염결은 그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장애가 될 수 있심리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쟁이라면 패할 것이고 사업이라면 망할 것이고 협상이라면 손해를 볼 것이다. 손자는 이런 점을 경계하고 나아가 전략적으로 이용하라는 것이다.   

   

다섯째, ‘애민가번(愛民可煩)‘은 아랫사람에 대한 분별없는 사랑은 번민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잘못한 줄 알면서도 부하에게 따끔한 꾸지람, 쓴소리를 잘 못하는 경우다. 이를 두고 손자병법 지형 편(地形)에 ’ 후이불능사, 애이불능령 厚而不能使, 愛而不能令‘이라는 말이 있다. ’ 병사를 후덕하게만 대우하면 노역을 시킬 수 없고 사랑하기만 해서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 ‘. 범위를 넓히면, 가족을 지나치게 사랑하여 조직을 놓친다거나 자기 집단을 너무 사랑하여 전체 사회와 국가를 저버리는 경우가 해당될 것이다.  회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직원을 사랑하라. 그러나 누구를 사랑할지 잘 생각해라" 잭웰치의 말이다

  

손자병법의 다섯 가지 위험(五危) 즉, 필사가살 (必死可殺), 필생가로(必生可虜), 분속가모(忿速可侮), 염결가욕(廉潔可辱), 애민가번(愛民可煩)‘는 각각의 독립된 위험이라기보다는 서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총체적 복합위기다. 마치 당뇨병이 고혈압, 고지혈증 등 여러 가지 다른 질병과 합병증을 유발하여 치명적인 것처럼 다섯 가지 위험 또한 리더에게 하나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다가오는 합병증 위험이다. 잘 살피고 조심하지 않으면  큰 재앙이 되어 조직이 무너지고, 리더도 죽게 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손자의 2500년 전 이 문장들이 요즈음 우리들 지금 상황을 왜 이리도 절묘하게 조명하고 있는 걸까. 누가 궁금해서 내게 물었다. 앞으로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유감스럽지만 역사도 반복되고 인간도 반복될 것이다. 미래에 답이 있는 게 아니라, 과거에 답이 있다. 너무나 판박이로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현실을 보면서 왠지 씁쓸하고 아쉽다.  

     

글: 최송목,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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