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드로잉 하려면 2H, 4H의 연필을 준비합니다. 좀 더 전문가로 진입하면 6H도 쓴다고 하는데, 저는 지금 이 두 종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때 일반적으로 연필깎이(기계)를 이용하는데 기계는 뾰족하게는 할 수 있지만, 길게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 프로들은 손으로 직접 깎아서 쓴다고 합니다. 좀 더 정교하고 길게 깎기 위해서라네요.
#40
연필심을 길게 깎는 이유
연필심을 뾰족하게 깎아야 디테일을 잘 묘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필을 뾰족하게 하는 건 그 이유를 알겠는데, 왜 굳이 길게 깎아야 할까요?
멋스럽게 보이기 위해서일까요? 폼을 내기 위해서 인가요?
저도 처음에는 ‘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드로잉에서 연필을 길게 하는 진짜 이유는 ‘힘을 빼기’ 위해서입니다. 연필을 길게 하면 부러지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힘을 덜 주게 되어 그림 선이 연하고 부드럽게 되는 거지요. 결과적으로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는 강약 조절이 가능하게 되어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사진=최송목
골프에서도 흔히 하는 얘기가 있잖아요. “머리 들지 말고, 엉덩이 힘 빼고...” 아마도 골프 해 보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필드에서 너무 긴장하거나 힘을 주면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지요. 반드시 힘을 빼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운동이나 그림이나 원리는 같네요. 힘을 빼야 좋은 그림이 되고, 좋은 공이 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초보자인 제가 배우는 과정에서 터득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여러 개의 연필을 준비하는 이유
다음은 여러 개의 뾰족한 연필을 준비하는 것이 드로잉 연속성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문구용 칼이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뾰족함이 무뎌지면 금방 다른 연필로 바꿔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여러 자루의 연필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유용하지요. 드로잉 도중에 연필이 부러지거나 무뎌지면 바로 교체해서 쓰는 거죠. 한마디로 맥을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저도 드로잉 초기에는 4자루 정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약 20자루 이상의 연필을 미리 준비해 두고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싶을 때 바로바로 대응이 가능하지요. 점차 프로의 면모가 갖추어져 가는 느낌입니다.
#65
연필 깎는 즐거움
처음에는 연필 깎는 게 무척 귀찮고 힘든 하나의 일거리,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즐거움으로 변했습니다. 연필을 깎고 있으면 괜히 뭔가 큰 일하는 느낌, 검은 흑심 가루와 깎은 부스러기들이 수북이 쌓이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운동할 때 땀 흘리고 힘들지만 한편으로 기분이 좋은 거와 같다고나 할까요. 엔도르핀이 마구 샘 쏟는 그런 느낌입니다. 드로잉이 이런 엉뚱한 기쁨과 즐거움을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