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나의 지인 김미희 작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괜찮은 책을 냈다.
동시집 몇 권을 내더니 동화책을 내더니 급기야 그림책이라니!
친히 사인을 하여 나에게 보내주었다.
그림이 마음을 확 끌었다.
제주도 해녀였던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이다.
흡족한 마음으로 다 읽고 덮으려는데 뒷부분에 영어로 번역한 것이 나왔다.
오호! 이러면 내가 가만 못 있지
은혜 갚는 호랑이처럼 나도 답례를 하고 싶었다.
엄마찬스처럼 역으로 나는 딸찬스를 썼다.
-엄마방에 잠시 와 줘
톡을 보냈다
휘리릭 날아온 딸
이차저차해서 네가 김미희 아줌마 그림책을 영어로 녹음해주면 좋겠어.
나의 간곡한 부탁에 생각보다 선선히 답을 하는 딸래미
다음날 점심 무렵 딸은 톡으로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쬐금 천천히 낭독해줬으면 참 좋았을테지만 그래도 뭐, 고맙기 그지없지.
김미희 작가에게 보냈더니 격하게 좋아한다.
이로서 나는 진심어린 선물로 그림책에 답례인사를 했다.
이래저래 신간이 나오면 작가들로부터 책을 많이 받지만
나는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꿈쩍도 안하는 지랄맞은 성격이다.
하지만, 한번 꽂히는 책은 이렇게 무조건 밀어주려고 한다.
흔한 말로 돈 주고 사서 읽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스런 그림책이다
이정록 시인은 '바다로 출근하는 여왕님'은 인생 그림책이라 했다.
출렁이는 파도가 있고 고해의 바다를 건너 와서 작은 생명들을 극진히 모시는 어루만짐이 있다고.
이 그림책은 바다는 정복하는 게 아니라, 토닥이며 함께 사는 밭이고, 뜰임을 시적인 문장과 구성으로 펼쳤다.
공동체가 무엇인지, 사랑과 숨비소리의 대물림이 무엇인지, 따뜻하게 펼쳐놓아서 그림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마음이 꽉찬다
몇 해 전 김미희 작가의 인물론을 쓴 적이 있다.
그녀가 고향 제주도 우도에 대한 애착이나 해녀로 천직을 삼을 뻔한 일화들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이번 그림책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뭍으로 올라온 여왕님의 행차에 물개박수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