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딱 걸렸다!
은유와 주미
서로 못 먹는 반찬 먹어주다가
몰래
반찬 품앗이 하다가
선생님한테 딱 걸렸다!
공부도 좀 그렇게 해봐라!
십중팔구
그래서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좋은 뜻이 있었구나!
훌륭하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저런 말을 하거나
아빠가 앵무새처럼
내 말을 따라한다면
십중팔구,
학부모 연수회에 갔다 온 거야.
십중팔구,
며칠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왕
조선시대에는
태-정-태-세-문-단-세…… 왕들이
백성을 다스렸다.
요즘에는
독-만-논-발-한-토-수……왕들이
어른을 다스린다.
독서왕, 만점왕, 논술왕, 발명왕, 한자왕, 토론왕, 수학왕…….
미래에는
또 어떤 피곤한 왕들이
세상을 다스릴까?
비오는 날
우리처럼,
빗방울들이
창문에 얼굴을 괴고
교실 안을
빤히 들여다본다.
아, 여기는
비가 안 오는구나!
인사
분리수거장 앞에
낡은 장롱
깨진 벽거울
다리 한쪽 부러진 식탁
주저앉은 소파
둘둘 말아 놓은 전기장판
칠 벗겨진 옷걸이
빨간 끈에 묶인 전집
내려앉은 책장
녹슨 세탁기
잘 있다 간다고
인사도 못하고 간다고
친구네 대신
그렇게 한 이틀 서 있었습니다.
김현욱 작가
진주문예에 시가,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동시가 당선.
시집 『보이저 씨』, 동시집 『지각 중계석』 동화집 『박중령을 지켜라』 등을 펴냄
아름다운 포항에서 착한 아이들과 시를 나누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