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동시 5편

동시

by 보리


품앗이


딱 걸렸다!


은유와 주미

서로 못 먹는 반찬 먹어주다가

몰래

반찬 품앗이 하다가


선생님한테 딱 걸렸다!


공부도 좀 그렇게 해봐라!








십중팔구


그래서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좋은 뜻이 있었구나!

훌륭하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저런 말을 하거나

아빠가 앵무새처럼

내 말을 따라한다면


십중팔구,

학부모 연수회에 갔다 온 거야.


십중팔구,

며칠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조선시대에는

태-정-태-세-문-단-세…… 왕들이

백성을 다스렸다.


요즘에는

독-만-논-발-한-토-수……왕들이

어른을 다스린다.


독서왕, 만점왕, 논술왕, 발명왕, 한자왕, 토론왕, 수학왕…….


미래에는

또 어떤 피곤한 왕들이

세상을 다스릴까?










비오는 날


우리처럼,


빗방울들이

창문에 얼굴을 괴고

교실 안을

빤히 들여다본다.


아, 여기는

비가 안 오는구나!










인사


분리수거장 앞에


낡은 장롱

깨진 벽거울

다리 한쪽 부러진 식탁

주저앉은 소파

둘둘 말아 놓은 전기장판

칠 벗겨진 옷걸이

빨간 끈에 묶인 전집

내려앉은 책장

녹슨 세탁기


잘 있다 간다고

인사도 못하고 간다고

친구네 대신

그렇게 한 이틀 서 있었습니다.



김현욱 작가

진주문예에 시가,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동시가 당선.

시집 『보이저 씨』, 동시집 『지각 중계석』 동화집 『박중령을 지켜라』 등을 펴냄

아름다운 포항에서 착한 아이들과 시를 나누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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