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학 동시들

동시

by 보리

낮달


옛날 옛적에, 우리 할매

장터에서 국밥 장사할 적에,

얄푼얄푼 무 썰다가 한 조각을 흘렸는데

한참을 찾아도 보이질 않더래


남은 무를 다 썰고 허리를 쭉 펴는데

어라!

얄푼한 무 한 조각 하늘에 걸려서

“나 여기 있지요.”

“나 여기 있지요.”

그러더란다


우리 할매 돌아가신 그날 이후로

하늘에 걸린 무 한 조각,

가끔 낯 내밀고

“할머닌 어디 있나요?”

“할머닌 어디 있나요?”

나한테 묻는다











고양이똥


소는 철퍼덕 던져놓고

두 눈만 끔벅이고


개는 쭈루룩 질러놓고

나 몰라라 달아나지만


우리 가문의 법도는

그렇지 않다


내가 싼 똥은

내 손으로 치운다


그렇지 않다면

고양이라 할 수 없다










나는 심벌즈다


기악합주를 하는데

나는 심벌즈다.

우와! 미치겠다.

끝날 때까지

딱 세 번 친다.

다른 걸로 바꿔주세요,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학예회 날,

엄마도 아빠도 나만 바라보는데

끝날 때가 되어서야

딱 세 번 쳤다.

열 번 쯤은 꽝!꽝!꽝!

소리치고 싶었지만

심벌즈도 나도

꾹, 꾹, 참았다.


나는 심벌즈다.











씀바귀 꽃


엄마, 애들이 나보고 자꾸

쬐끄만 민들레레


아니다, 누가 뭐래도 넌

씀씨 가문의 예쁜 꽃이란다











너무 짧은 소풍


토란잎에 내린 빗방울들이

또록 또록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고는

얼릉얼릉 도랑으로 가지도 않고

토란잎 아래 모여앉아 웅성댑니다


이렇게 끝나는 미끄럼이 어디 있냐고

강아지풀 조붓한 잎도 그러진 않았다고

우리가 얼마나 손꼽은 줄 아느냐고


우리가 또 얼마나……











양말


양말이 두리번두리번

자기 짝을 찾는다


혼자서는 아무 데도 쓸모없으니

구멍이 날 때까지 함께 가자고 한다


자기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그런 건 다 까먹고


오른발 왼발 상관없다고

왼쪽 오른쪽 따질 일이 없다고


서로가 서로를

동그랗게 껴안는다





임동학

2015년 《어린이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동시집 『너무 짧은 소풍』 『개 같은 희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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