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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Aug 17. 2022

퇴출

디카시


퇴출
 
바람 잘 날 없이
일했는데
 
바람 맞았다



 

자기의 노력과 상관없이 미래가 결정되기도 하지요.
어쩌면 열심히 일한 것이 화근이 될 수도 있고요.
많이 쓰면 많이 닳아버려 내침을 당합니다.
무생물만 그렇겠어요?
부지런히 씹어주었던 치아가 그렇고
쉴새없이 놀린 손목이 그렇고
바삐 돌아다녔던 무릎도 통증을 알려옵니다.
재활용터에 내다버린 선풍기를 보니 나도 언젠가 저리 되지 않나 씁쓸했습니다.
 
바람이 몇 바퀴 돌리며 노는 게 전부네요.
'물러나서 나감'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퇴출이라는데
단어의 어감이 좀 부드러웠으면 덜 상처받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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