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큰아들이 탈이나서 한밤중에 응급실을 갔습니다. 남편이 아들 곁에 있고 저는 나와서 휴게실에 있었어요.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 앉아 있는데 빈 의자를 무심히 쳐다보게 되었죠. 여기저기 찢어지고 닳아버린 모습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은 거죠. 그런 생각에 빠져드니 뭔가 뭉클해지는 겁니다. 여전히 의자로서 역할은 하지만 뭔가 미흡해보이는 게 저 같았어요.
몸 구석구석 탈이 나고 좀 닳은 구석도 있는 저의 모습. 어떤 사물이 말을 걸어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짱짱한 부분이 훨씬 많다는데 위안을 삼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해도 될 만큼 상태가 양호하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