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낮에는 파리가
우리 집 주인
밤에는 모기가
우리 집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
부채 하나 들고
밖으로
쫓겨나셨다.
신발장
신발장 안에
수백
수천
수만 갈래의
길이 있다
신발이 다녀온
길
집
날쌘 고양이 피해 가며
먹이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돌아올 집
저녁 밥상 앞에 놓고
사각사각
이야기가 새어 나오는 집
온 식구가 한방에서
발 뻗고 자는
코 고는 소리 아득한
하수구 옆,
시궁쥐네 집.
바람의 사춘기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사과나무 가지에 누워 자고 싶다
“오늘은 바람이 잠잠하네.”
“그러게 바람 한 점 없네.”
과수원 나온 아저씨 아줌마가 하는 말까지
잔소리 같아 짜증난다
벌떡 일어나 사과나무 한 번 흔들어 줄까 하다가 관뒀다
그냥 다 귀찮다.
습관
내 방 문은
내가 지나갈 때
크르륵
퍼러럭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의 습관
문이 되어서도
버리지 못했다
마음속에 찾아온 이야기들을 품었다가 동시로, 동화로 쓰고 있다. 그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 주고 싶어서 어린이들과 동시 공부를 하고 있다. 1992년 새벗문학상에 동시 「감자꽃」이, 2003년 푸른문학상에 단편동화 「그림자가 사는 집」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동화 『잠자는 숲속의 아이』 『옛날 옛날 우리 엄마가 살았습니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동시집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위풍당당 박한별』 『전봇대는 혼자다』(공저) 등 많은 어린이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