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물
바다가 되기 싫은
물이 있지
가던 발길 멈추고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물이 있지
세상 물들이 모두
바다로 갈 때
나무 속으로 들어가
팔 벌리고 서 있는 물이 있지
잎으로 꽃으로 피는
물이 있지
사춘기 배추
배추밭에 배추가 웃는다
하나가 웃으면 덩달아 웃는다
새가 날아와도 웃는다
개미가 지나가도 웃는다
속 좀 차리라고
벌린 입을 할머니가 끈으로
묶어 주었더니
할머니 흉내 내며 웃는다
입을 오므리고 홍홍홍
귤
껍질은
손으로 살살 벗겨 주세요
속도
미리 잘라 놓았어요
난
칼이 싫거든요
암호 해독
콕콕
이 사과는 잘 익은 사과
콕콕
이 사과는 꿀 든 사과
콕콕
내가 흠집을 내서
콕콕
싸게 팔면
콕콕
가난한 사람도 맛난 사과를 먹을 수 있겠지?
새가 먹은 사과엔 암호가 있다
콕콕
손난로
엄마
몰래
주머니에 넣어준
할머니
용돈
강원도 진부에서 태어났다.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동시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201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금을 받았다. 첫 번째 동시집 《큰 바위 아저씨》에 실린 작품 [몽돌]은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