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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May 10. 2023

동시에 동시해-김금래 동시들

동시

서 있는 물 


바다가 되기 싫은

물이 있지


가던 발길 멈추고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물이 있지


세상 물들이 모두

바다로 갈 때


나무 속으로 들어가

팔 벌리고 서 있는 물이 있지


잎으로 꽃으로 피는

물이 있지      











   

사춘기 배추 


배추밭에 배추가 웃는다

하나가 웃으면 덩달아 웃는다

새가 날아와도 웃는다

개미가 지나가도 웃는다


속 좀 차리라고

벌린 입을 할머니가 끈으로

묶어 주었더니

할머니 흉내 내며 웃는다

입을 오므리고 홍홍홍     











     

 


껍질은

손으로 살살 벗겨 주세요


속도

미리 잘라 놓았어요


칼이 싫거든요       










  

암호 해독 


콕콕

이 사과는 잘 익은 사과


콕콕

이 사과는 꿀 든 사과


콕콕

내가 흠집을 내서


콕콕

싸게 팔면


콕콕

가난한 사람도 맛난 사과를 먹을 수 있겠지?


새가 먹은 사과엔 암호가 있다

콕콕      










   

손난로 


엄마

몰래


주머니에 넣어준


할머니

용돈    





강원도 진부에서 태어났다.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동시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201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금을 받았다. 첫 번째 동시집 《큰 바위 아저씨》에 실린 작품 [몽돌]은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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