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동시해 - 1950년 이전 동시들(1)
동시
물오리 떼/김희석
빡- 빡 – 오리오리 물오리 떼가
하낫둘 셋넷 걸음 맞춰서
앞뜰 개울 뒤뜰 개울 물나라로
아그작 뽀그작 산보 갑니다.
<조선일보>, 1933년 1월3일
외따로운 집/이헌구
마을에 외따로운 오막살이집
아침에 남 먼저 물 긷는 집
저녁에 남 먼저 불 때는 집
참새도 흘흘흘 날아오는 집
마을에 외따로운 오막살이집
외딸과 어머님 단 두 식구
길쌈과 바느질 삯품팔이
웃음과 눈물로 살아가는 집
마을에 외따로운 오막살이집
밤마다 늦도록 빤 –한 등불
개 짖는 소리도 끊어진 밤
하늘엔 오소소 별들만 총총
<어린이>, 1933년 2월
새 쫓는 노래/남대우
우리는 논 지키는 새 쫓는 아이
누른 벼 물결치는 노둑에 앉아
석유통 북소리를 높이 울리고
양철을 내흔들며 새놀이 하네.
아버님 피땀 흘려 지어 놓은 벼
우리들 모가치도 모두 아니다.
망할 놈 새 새끼들 짹짹거려도
한 알도 못 주겠다 후이후이.
<별나라>, 1933년 10월
바다/오장환
눈물은
바닷물처럼
짜구나.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어린이>, 1934년 2월
빗방울/송창일
비 오는 날
빗방울들이
빨랫줄 위에서
동 동 동
줄타기 연습하오.
뒤에 오는
빗방울 하나
앞선 놈 밀치다
뚜 – 욱- 딱
둘이 다 떨어져요.
<동아일보>, 1934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