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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Jul 31. 2023

동시에 동시해 - 신복순 동시들

동시

2월과 3월


봄을

빨리 맞으라고

2월은

숫자 몇 개를 슬쩍 뺐다.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3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


 


 


 


 


투덜대는 봄비


봄비가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나무야, 뭐 해?

어서 눈 떠.


민들레야,

빨리 나와.


깨우고

부르고

동동거리던

봄비가 투덜거립니다.


꼭 늦장 부리는 친구가 있어요!


 


 


 


 


안 닮았다니까


담배 끊었다는 아빠

몇 번을 끊고도

아직 피운다.


게임 끊었다는 동생

한동안 안 하더니

또 한다.


서로 닮았다고

말했더니 아니란다.


아빠는

동생이 답답하고

동생은

아빠가 이해 안 되고


어, 우기는 것까지

꼭, 닮았는데.


 


 




국수 이야기


성격이 날카로워

건드리기만 하면

툭툭 부러졌던 국수


팔팔 끓는 물 속에 들어가

참고 견디는 법을 배우더니


부드럽고

착착 감기는

싹싹한 국수로

다시 태어났다


 


 

 


 


 


 


당당히 살자


쭈글쭈글 움츠렸던 때 묻은 옷이

세탁소를 갔다 오더니

태도가 달라졌다


어깨를 당당히 세우고

허리를 쫙 폈다


세탁소 아저씨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려준 모양이다


 


 

2007년 《월간문학》에서 동시부문 신인상 수상 후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014년 동시집<고등어야, 미안해>를 출간하였고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습니다. 동시 [내 그림]이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었죠. 2019년 동시집<살구나무 편의점>(공저)를 펴낸 바 있습니다. 첫 그림책<가슴이 쿵쿵쿵>이 《시와 동화》에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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