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Nov 20. 2023

동시에 동시해 - 한상순 동시들

동시

소문


꼬리에꼬리를물고꼬리에꼬리를달고꼬리에꼬리를잡고꼬리에꼬리를잇고

꼬리에 꼬리를 치다


슬쩍, 꼬리를 내리고

쓰윽, 꼬리를 감추기도 하는


 


 


 


끝눈


첫눈처럼 사람들이

두근두근 기다리지도 않아


끝눈이다!

소리치고 내려도 듣지 못해


나, 끝눈이야!

눈물 머금고 내려도 눈치 못 채


봄이 무르익은 어느 날

문득,


‘그때 그 눈이 끝눈이었나?’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기억해 주면

그나마 다행이야.


 


 


 


 


새우의 자존심


누에씨처럼

작디작아도

바다를 다 들여놓던

초롱초롱 빛나는 눈


죽어서도

이것만은 지키리라

마음먹었다.


제 몸 바짝 말려도

제 몸 우려낸 녹초가 되어도

제 몸 삭힌 젓갈이 되어도

뜬 눈

또렷한 눈


눈만은 살아 있기로


 


 

1999년 [자유문학] 동시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동시집으로 『예쁜 이름표 하나』 『갖고 싶은 비밀번호』 『뻥튀기는 속상해』 『병원에 온 비둘기』 『딱따구리 학교』 『세상에서 제일 큰 키』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외 『창문 하나 달고 싶다』 등 (공저 다수)가 있으며 그림책 『호랑이를 물리친 재투성이 재덕이』 『오리가족 이사하는 날』을 펴냈다.



황금펜아동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서덕출문학상 등을 받았고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좀좀좀좀」 「기계를 더 믿어요」가 실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