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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Dec 05. 2023

초등학생 자녀와 학부모를 위한 책 두 권 추천합니다

●브런치 이웃 정혜영 작가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오마이뉴스]- 교사: 정혜영


지난 주말을 전후로 책 두 권이 내게로 왔다. 브런치 스토리(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이하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이 막 출간하신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다. 하나는 시인 작가이신 이현영님의 동시집, <우리 동네 구멍가게 이용법>이고 다른 하나는 15년 차 교육기자인 김명교 작가님이 쓰신 <"아, 이런 말이구나!" 문해력의 기쁨>이라는 책이다.


초등 저학년을 위한 동시집, <우리 동네 구멍가게 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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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구멍가게 이용법 ⓒ 단비어린이

 


이현영 작가는 내가 우리 반 아이들과 있었던 일화에 대해 쓴 글을 읽으시고 감사하게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동시집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전해오셨다.




오래 알고 지낸 분은 아니지만 글로 연결되는 만남은 일반적인 그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얼굴을 모르니 외모를 보고 느껴지는 첫인상은 글이 대체하게 된다. 이 분은 어떤 글을 쓰시는 분이시지? 이런 글을 쓰는 분은 어떤 분일까? 가끔 필명으로는 성별도 가늠하기 어려운 온라인 플랫폼 작가님들의 글은 여러 편의 글을 읽고 나서야 사람에 대한 대략의 그림이 그려진다.



따듯하고 다정한 언어로 시를, 일상을 기록하시는 저자의 동시집을 쭉 읽으면서 마음에 더  와닿는 시에 포스트잇을 붙여 나갔다. 12개째 포스트잇을 붙이며 드는 생각. 아니, 내가 언제부터 동시집을 이렇게 열심히 읽었지? 저자가 하나, 하나 써 내려간 시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정이입이 되어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 읽었던 것 같다. 하나하나의 시가 좋았던 건 물론이지만.



참 신기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떻게 이런 맑은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동심을 읽어내시는 걸까. 현영 작가님은 들어가는 글에서 동시가 자신에게 '엄마'이면서 '첫사랑'이라고 하신다. 막 태어나 첫 눈 맞춤하는 대상을 엄마라고 생각하는 새처럼. 사랑에 빠진 대상을 대하는 눈은 어린이의 마음처럼 순수해질 수밖에 없음을 다시 깨닫는다.



저자의 시를 읽고 있으면 내 아이들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학교에서 만난 수많은 제자들이 스쳐간다. 때로는 건강이 걱정되는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도. 시란 그런 힘이 있나 보다. 짧은 시 안에 시인이 꽉 채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게 어느새 내 세상의 모습으로 바뀌어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얼굴로 다가오니 말이다. 작가님의 동시집 덕분에 오랜만에 동심에 폭 젖어 미소 지었다가 마음 찡해졌다.  



어린이의 문해력 호기심을 일깨울 세 가지 태도, <문해력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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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런 말이구나!" 문해력의 기쁨 ⓒ 언더라인

 


김명교 기자님의 <문해력의 기쁨>은 우리 학부모들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문해력 이전에 내 아이의 '문해력 호기심'을 어떻게 깨울 수 있을지 저자의 노하우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무작정 책만 많이 읽히면 저절로 아이의 문해력이 커질 거란 착각에 빠진 부모들이 많다. 문해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소통'이 빠진다면 아이가 어휘력 괴물로 자랄 수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기억 하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인간)인 딸아이가 초등학생 때 한 살 많은 친구 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엄마 친구 아들은 대개 그렇듯 잘생기고 똑똑하기까지 했다. 예상대로 핸섬한 오빠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딸이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들뜬 상태였다. 상기된 얼굴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잠시도 한자리에 있지 못하며 한껏 티를 내면서도 정작 잘생긴 오빠한테는 한마디도 못하고 있던 딸. 친구 아들은 얼굴만 준수한 게 아니라 영리하기까지 해서 그런 내 딸을 보고 무심하게 툭 한마디 내뱉은 모양이다.

 "너 조울증 있냐?"


딸은 다가가 말도 못 건네고 있는 엄친아 오빠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 난생처음 듣는 말이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테다. 딸은 내게 와서 쪼르르 해맑게 물었다.


"엄마, 조울증이 뭐야?"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어?"


"준수(가명) 오빠가 나한테 그러던데?"


아들이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가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내 딸에게 아들을 대신해 사과했다. 지금 딸의 기억에는 친구 아들의 말은 사라지고 오빠의 '잘생김'만 남아 있으니 다행인가. '어휘량'이 '원만한 의사소통'과 단순히 같은 말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는 일화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의 문해력 호기심을 일깨우기 위해 일하는 엄마인 저자가 해 본 최선의 실천 방법들, 15년 기자 생활에서 나온 생생하게 읽고 쓰는 방법에 대한 팁, 무엇보다 문해력과 독서 습관의 골든아워인 초등학교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키워 주워야 할 '문해력을 키우는 세 가지 태도'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문해력의 기쁨>을 쓴 김명교 기자님은 내가 브런치에서 만난 정갈한 글에 반해 서슴지 않고 구독을 누른 분이었다. 한동안 글이 뜸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책의 저자로 귀환하시다니, 역시 '해내는 힘'을 가지신 분이었다. 아직은 자녀가 어려서 아이를 재워놓고 틈틈이 쓰셨다는 말씀에 가슴이 몽글해졌다. 그런 글에 진심이 안 담길 리가 없고 진심이 담긴 글이 안 통할 리가.


두 저자의 책을 읽으며 책을 엮는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고민이나 생각의 출발점에서 시작된 첫 글이 불씨가 되어 뻗어 나갔을 생각의 고리들. 그 고리들을 연결하여 마침내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되기 때문이다. 지금 나도 이야기를 엮고 있는 중이라 두 저자의 책이 더  귀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고민과 사고의 결실은 도화선이 된 첫 글이 없었다면 만나보지 못할 일이었다. 오늘도 내 생각과 고민을 글로 써야 할 귀한 이유다.  


다시 한번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이 책들을 권해 드리며 이번 주말엔 아이와 손잡고 가까운 도서관에 들러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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