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Dec 11. 2023

동시에 동시해 - 유은경 동시들

나이테


나무처럼

붕어도 나이테가 있어.


나무는 줄기에 새기고

붕어는 비늘에 새기지.


붕어도 나무처럼

여름 나이테는 넓고

겨울 나이테는 좁아.


오래 산 나무가 굵듯이

오래 산 붕어는 비늘이 많지.


 


 

 


할 말 있다


들어봤나요? 블루길.

파란 아가미란 뜻이죠.

북아메리카에서 우리 조상이

한국에 온지 사십 년.

열심히 살았죠.

억척스럽게 먹고

알도 많이 낳았어요.

그런 내가 사납고 못됐다고

소문났대요.

토박이 물고기 사라진다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블루길을 모조리 없애려 해요.

왜 날 미워하죠?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인데요.


 


 


 


다 있다


송사리 쪼그매도

있을 건 다 있다.

뽀끔뽀끔 주둥이

달싹달싹 아가미

발름발름 콧구멍

한들한들 지느러미

다 있다.


송사리 쪼그매도

할 건 다 한다.

빨랑빨랑 헤엄치고

잽싸게 흩어지고

이것저것 잘 먹고

한 해 두 번 알 낳고

다 한다.


 


 


 


유은경 시인의 『물고기 병정』은 수만 년 동안 우리 하천을 터전삼아 종을 이어온 민물고기를 노래한 최초의 동시집이다.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각시붕어ㆍ가는돌고기ㆍ어름치ㆍ꾸구리ㆍ중고기ㆍ쉬리 등을 비롯하여 붕어ㆍ납자루ㆍ참마자ㆍ모래무지ㆍ버들치ㆍ피라미ㆍ미꾸라지ㆍ잉어ㆍ끄리ㆍ메기ㆍ쏘가리ㆍ가물치ㆍ블루길ㆍ뱀장어ㆍ가시고기 등 50여 종의 민물고기를 한자리에 모아 그 생태적 특징과 습성을 동시로 생생하게 풀어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