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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Jan 08. 2024

동시에 동시해- 김봄희 동시들

우리 할아버지
 
알고 보면 우리 할아버지
쥐잡기 선수다
하룻밤에 쥐를 열 마리도 더 잡는다
쥐덫 대신 양동이로 잡는다
겨우 멸치 몇 마리로 잡는다
쥐는 퐁당퐁당 잘도 빠진다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바쁘다
양동이를 짐받이에 싣고 개울 다리 건너간다
집이 안 보일 때까지 멀리 간다
밤나무 밭에 쥐들을 놓아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온다
자전거 페달을 쌩쌩 밟고
콧노래 부르며 돌아온다
 
 
 
 
 
 
 
 
 
탱자와 가시
 
내가
떨어지고 싶을 때
떨어질 수 있을 때
떨어질 거야
네가 나를 억지로 따려 하면
가시가 네 손을 콱 찌를지 몰라
이제
가시도 나만큼 단단해졌거든
 
 
 
 
 
 
 
 
 
용기는 지지가 필요해
 
비닐봉지 속
 
뾰족한 컵에 담긴 떡볶이랑 어묵 탕이
집까지 오는 동안
흔들리면서도 넘어지지 않았던 건
 
봉지 바닥에 깔린
빳빳한 종이의 한마디
 
당신의 용기를 지지합니다
 
이런 지지를 받는데
어떻게 넘어질 수 있겠어
 
   2017년 동시마중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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