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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 Nov 23. 2024

24. 선택의 순간, 고민이 될 때 어떤 기준으로?

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장 핫 하신 분이라면 단연 유시민 작가님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필두로, 「어떻게 살 것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등 셀 수 없이 많은 명저를 저술하셨다. 최근엔 평론을 통해 ‘그가 또는 그들이 왜 그러는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국민들에게 사이다를 선물하신다. 그 이유를 알게 되어 다소나마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까지도 하신다.     


그러한 유시민 작가님이 얼마 전 「방송대 지식 북 플레이」 라는 코너에서 젊은이들과 현장 대화를 나누셨다. 젊은이들이 궁금한 점을 묻고, 유시민 작가님이 즉석에서 대답하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앞의 글 「하고 하는 후회, 안 하고 하는 후회」라는 글을 쓰고 바로 며칠 뒤의 일인데, 유시민 작가님의  이 대담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 대담에서 유 작가님은 진솔하게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고 해 주셨다. 젊은이의 첫 질문이 선택에 관한 거였고, 그분의 답이 내가 얘기한 앞 글 후회에 대한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른 의미있는 말씀이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젊은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서 내 생각을 조금 덧붙여 후회에 대한 부록처럼 이 글을 쓴다.     

한 젊은이가 유 작가님께 이렇게 질문한다. “살아가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은 그러한 순간에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최대한 요약해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매우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릅니 다. 참고로 저는 굉장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튼튼한 헬멧과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왠만해선 상처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마음 가는 대로 했습니다.”     


이어서, “여러분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나중에 내가 그때 선택한 것으로부터 내 자존감에 상처나 후회가 남지 않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사람은 상황이나 조건이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내 선택 이 힘든 길이어도 그것을 참고 이겨내거나, 또는 잘못되었을 때 상처를 적게 받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러한 선택의 길을 도저히 이겨내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내 자존감을 위해 무리한 길을 갈 필요는 없습니다. 차선책을 택하는 것도 방법입니 다. 어쩌면 그 선택이 내 자존감을 더 무너뜨리지 않는 최선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끝을 맺으신다.

“누가 어떤 선택을 했건 그 이면에는 그 사람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의 선택에 대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본인만이 알고, 본인만의 선택입니다”     


짧지만, 명답이다. 얼마나 많은 경험과 사유를 하셨길래, 저렇게 즉문 즉답 현장에서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도 명쾌하게 답을 해 주실 수 있을까? 그것도 자기 이야기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이미 존경하지만, 다시 한번 존경스럽다.     


나는 이 말씀을 듣는 순간 ‘그래 바로 그거야. 나도 사실은 그랬어. 내 자존감....“ 하며 무릎을 탁 쳤다. 사실 나도 자존감이 내 선택의 기준이었다. 유시민 작가님만큼은 아니지만, 조그만 무릎보호대 정도는 차고 있었으니깐..... 허나, 나는 작가님 말씀의 뒷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내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다. 마치 기득권층처럼.... ’재들은 왜 저러지? 자존심도 없나?‘라며...     


나의 편협함을 통감한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이라면 응당 이래야 하지 않나?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나? 저 혼자 잘 살자고 저러는 것인가? 사회 정의 뭐 이런 것은 전혀 생각도 안 하는가?‘ 등등.... 이런 생각으로 때로는 선택을 강요하기도 하고, 안 되는 경우 실망하기도 심지어 원망하기도 했다.     


나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유 작가님의 말씀처럼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로 한다.     


이왕 고백한 김에, 유 작가님의 말씀에 하나만 더 덧붙이고 싶다.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해서 평가할 수 없는 만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 내 선택의 이유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넣지 말자.     


우리는 살면서 소위 「세평」을 많이 의식한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그럴수록 내 선택과 행동은 제한되고 심지어 왜곡되기까지 한다. 그들의 기준에 맞추다 보니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닌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선택은 불가피하고, 또 그 선택은 결과에 따라 또는 그 결과에도 불구하고 후회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리는 좋은 선택을 통해 후회나 상처를 최소화하면 좋겠다.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1) 후회를 최소화하려면, 일단 하자.

2) 그리고 뭔가 선택을 할 때, 무엇을 할 것인지는 내 상황과 조건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내가 나중에라도 자존감에 상처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선택을 한다. 자신의 처지와 형편 등을  최대한 고려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3)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4)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


중요한 선택을 함에 있어서 선택이 어려울 때, 고민만 되고 자꾸 도돌이표 될 때가 있으시다면, 위의 몇가지 기준을 차례로 적용하셔서 문제를 단순화 하신 후에 결정하신다면 어떨까요?           


이상 선택과 후회 편이었습니다.


뭐든 잘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녁에 누구랑 밥을 먹을 것인지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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