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서평 쓰고 싶었어...
예전에 엽편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나의 글을 봐주시던 작가님이 김기태의 단편 ‘무겁고, 높은’을 필사해 보라는 피드백을 주셨다. 이 작품은 2022 신춘 문예 당선작으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 나오는 아홉 편의 단편 중 하나이다. 예전에 한 번 읽어봤고, 필사하면서 다시 읽게 되었다. 문장력을 기르는 동시에 작품의 세계에 더 깊게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다.
이야기의 주인공 송희는 탄광촌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역도선수다. 고등학교 선수로서는 마지막, 어쩌면 역도선수로서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훈련 과정에 송희는 가슴에 얹지도 못하고 떨어트린 100킬로그램의 바벨을 바라본다. 송희는 안다. 100킬로그램 바벨은, 결코 들 수 없고, 설령 들어도 자신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코치는 졸업하면 실업팀을 소개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송희는 안다. 메달 하나 딴 적 없는 자기는, 끼워파는 과자 같은 존재라는 것을. 100킬로그램만큼의 무거운 삶.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100킬로그램 바벨을 들 수가 없다.
아버지는 과거 광부로 일했고 탄광이 파업하면서 송희는 양복을 입은 아버지를 본다. 하지만 안 어울린다. 송희의 아버지는 역도하는 딸에게 술에 취한 얼굴로 “왜 하필 몸 쓰는 일 하냐고” 말한다. 송희의 역도선수 생활에 회의적인 아빠는 운동 판도 다 돈이고 인맥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들이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체념처럼 느껴졌다.
송희가 사는 마을에는 황폐한 빈 공터가 있다. 그곳에서 젖은 머리를 만난다. 젖은 머리는 송희에게 “역도를 왜 하냐.” 묻는다. 송희는 “그냥.”이라고 대답하지만, 바벨을 들어 올리고 버리는 감각이 좋아서 역도를 하게 된다. 젖은 머리는 다이빙하고 싶다고 한다. 빙글빙글 말고 똑바로, 몸이 공중에 멈춘 것처럼 오래 떨어지고 싶어 한다. 어디를 향해, 어떤 과정을 지나고 싶은 걸까.
마지막에 송희는 대회 날 100킬로그램 바벨을 들기로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송희의 삶은 결국 들지 못하는 걸까? 졸업식을 앞둔 겨울방학의 어느 날. 송희는 아무도 없는 역도장에서 바벨에 원판을 꽂는다. 100킬로그램의 바벨이 앞에 있다. 젖은 머리는 그런 송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 내가 증인이 될게”
젖은 머리는 송희에게 과거 같다. 과거가 증인이 된다고 한다. 과거는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 끝에서, 송희는 100킬로그램의 삶을 들었을까?
송희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그날 송희는 정말로 역도를 그만두게 된다. 나는 그녀가 100킬로그램 바벨을 들어 올렸다고 믿는다. 그래야 그녀는 비로소 그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