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처럼 기뻐하는 것
결혼을 약 일주일을 앞둔 어느 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아내가 아무 말 없이 내게 어떤 물건을 건네주었다. 임신 테스트기였다. 테스트기에는 선명한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날, 나는 아빠가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감흥이 없었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사고가 멈췄다. 멍하니 10초쯤 테스트기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너무 행복해서, 정말 깔깔 웃었다. 나는 아내를 안고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를 아주 기쁘게 맞이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임신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얼굴을 보고 직접 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신혼여행에서도 예정돼 있던 일정들을 많이 취소하고 최대한 조심히 다녔다.
여행에서 돌아온 바로 그날, 산부인과에 갔다. 초음파 화면 속에는 조랭이떡 같은 모습의 아이가 있었다. 어두운 검사실 안에서 나는 입을 막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무리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아이는 잘 자라고 있었다. 그 작은 생명에게 너무 고마웠다. 처음 들었던 심장 소리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병원을 나온 뒤, 아내와 함께 본가로 향했다. 신혼여행에서 사 온 부모님 선물을 드리고 임신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미리 전화를 드려 잘 다녀왔다고 말씀드린 뒤, 지금 집으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은 피곤할 텐데 왜 바로 왔냐며 반가운 투정을 하셨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아내와 나는 신혼여행에서 사 온 명품 가방을 꺼내 드렸다. 아버지는 “너희가 돈이 어디 있다고 이런 걸 사 왔냐”며 좋아하셨고, 내일 회사에 들고 가 자랑하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가방을 열어보시더니 바로 어깨에 메어보셨다.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두 분의 모습이 참 좋았다.
한참을 가방을 보며 즐거워하시던 부모님께, 나는 “사실 다른 선물이 하나 더 있다”며 작은 상자를 건넸다. 어머니는 상자를 열자마자 눈물을 흘리시며,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집어 던지셨다. 그리고 아내를 꼭 안아주셨다. 상자 안에는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와 초음파 사진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잠시 당황한 얼굴로 상자를 들여다보시다가, 양손으로 입을 막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웃으셨다. 그 순간, 명품 가방은 두 분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기 위해 주말 약속을 잡았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 말 없이 나왔을 친구들이 그날따라 하나같이 바쁘다거나 힘들다며 약속을 미뤘다. 나는 다 같이 있을 때 말하고 싶다며, 잠깐만 들렀다 가라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약속을 잡았다.
주말이 되어 친구들을 만났을 때, 다들 이미 저녁을 먹고 왔다거나 금방 가야 한다며 투덜거렸다. 나는 친구들을 이끌고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술도 안 마시겠다는 친구들을 붙잡고, 나는 서둘러 말했다.
“나 아빠 됐다. 너희 이제 삼촌들이야.”
갑작스러운 말에 멍해진 얼굴도 있었고,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이내 다들 크게 웃으며 축하해주었다. 금방 가겠다던 친구들은 뒤에 있던 약속을 미루고 함께 술을 마셨다. 이제 조카 선물 사려면 일 열심히 해야겠다며, 각자 뭘 해줄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른 지인들에게도 임신 소식을 전했다. 그날 밤, 정말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다. 그 당연한 듯한 축하가 참 고맙고 기뻤다. 아직 내가 아빠가 된다는것이 실감도 안나고 조금은 무섭다. 그래서 이 많은 축하들이 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