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와 아이

평온함과 신기함

by 여담

공항 입국장에 로봇청소기를 한참 동안 바라보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바닥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를 한참 동안 구경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갑자기 방방 뛰며 웃었다. 로봇청소기가 움직일 때마다 아이도 같이 움직였다. 아이는 그 작은 기계가 살아있는 장난감처럼 보였던 것 같다. 바닥을 천천히 돌아다니는 청소기보다 아이가 훨씬 더 작고 가벼워 보였다. 아이는 로봇청소기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자기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혼자서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
아이는 세상이 아직 신기할 것이다. 바닥을 움직이는 물건 하나에도 저렇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조금 부러웠다. 아이는 로봇청소기를 보며 웃었고, 그 웃음에는 계산이 없었다. 그냥 신기해서, 그냥 재미있어서. 왜 웃는지도 모른 채 신나서 웃는 얼굴이었다.
나도 처음 로봇청소기를 봤을 때를 떠올렸다. 공항에 입사하고 처음 그 로봇청소기를 봤을 때는 신기했다. 바닥을 돌아다니며 장애물을 피하고, 알아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고, 사람들에게 말도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로봇청소기는 그냥 공항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물건 중 하나다. 신기함은 사라졌고, 대신 익숙함이 남았다. 간간히 길을 막아서 귀찮기도 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예전처럼 자극에 쉽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편해졌다.
나는 아이처럼 세상을 보지는 못한다. 이제는 예상 가능한 것들이 점점 늘어간다. 새로울 것 같았던 것들도 금방 익숙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놀라지 않는 대신, 조용해졌다. 자극이 줄어들고, 그만큼 평온해졌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 앞에서 잠시 멈출 수 있게 됐다.
로봇청소기를 보며 방방 뛰는 아이를 보고 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래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아이는 금방 다른 곳으로 관심을 옮겼고, 로봇청소기는 여전히 같은 속도로 바닥을 돌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잠깐 멈춰 서 있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함이 사라졌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대신 그 자리에 다른 감정이 들어왔다. 편안함, 익숙함, 그리고 여유 같은 것들이다. 아이처럼 세상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걸 아쉬워하지 않게 된 것도 나름의 괜찮다고 생각한다.
로봇청소기는 여전히 바닥을 움직이고 있었고, 아이는 이미 엄마를 따라 입국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것에 일일이 신기해하고 반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자극이 줄어든 자리에 여유가 남아 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맞는 상태이다. 여유가 세상을 구경하는 새로운 재미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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