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기록 13. 이것은 마치 책상 정리와도 같은

브런치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

by 김맥
13830035.JPG


필름 기록이라 하기도 민망한 포스팅이 되겠지만 알 바 아님


마지막으로 브런치 글을 썼던 게 작년 3월 10일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숨도 안 쉬고 일을 했네. 진짜진짜로.


저 깜빡이도 안 켜고 들어온 차기작을 마무리 한 뒤 그 전작의 반응이 좋아서 추가 연재를 하고,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작품(1)을 쓰고, 추가 연재 완결낸 다음에 또 또 다른 작품(2)를 이어 쓰고, 작품(1) 완결낸 다음에 작품(3)으로 들어갔고, 그러던 와중 경사스럽게도 웹툰이 나오게 되어서 옛날 작품 외전(4)을 쓰고, 작품(2)가 끝날 무렵이 되니 슬그머니 연말이 되었는데 조건 괜찮은 계약을 잡다 보니? 차기작이 근 10개가 생겼습니다?


ㅋㅋㅋㅋㅋ


내가 미쳤지…….


하…… 근데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아니 할 수 있어. 지금도 하고 있다고. 연초에 작품 4갠가 5갠가? 동시에 심사고 준비해서 심사 넣고,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또 또 또 수정하고 하다 보니 벌써 5월. 그때부터 심사 결과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해서 경사스럽게도! 통과한 세 개는 원고 준비하고 나머지는 고쳐서 재심사. 24년 첫 작품(1)이 이제 완결이 가까워져 가고 있고 작품(2)는 몇 달 후 론칭이라 그때까지 1부는 전부 마무리 지어서 비축 들고 들어가자……하고 있는 중. 작품(3)은 내년 초 론칭이라 아직 여유가 있고.


그렇게 얼추 정리하고 나서 시놉시스부터 갈아 엎은 건 2개. 수정하고 수정 또 하고 또 또 수정해서 심사 넣고 영원히 기다리다가 탈락. 그래서 새로운 내용으로 다시 준비하고……. 심사 준비 중.


그리고 또 새로운 시놉시스 전송. 두 개는 픽스됐고 하나는 논의 중.


더는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25년 말쯤이나 되어야 이 모든 릴레이가 종료될 것 같다.


사실 계약을 이렇게까지 쌓아본 건 처음이라ㅋㅋㅋ 이게…… 될까? 되겠지? 하는 마음이 좀 있었는데, 일이 많다 보니 가끔 오버클럭이 올 때는 있어도 스케줄 조절이 그렇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 이게 다 뭐 때문이게요? 플랫폼 때문입니다. 내가 뭐 24년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이러면서 계약을 해도 심사 넣고 결과 나오기까지가 완전 복불복이라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짬이 생겨서 다른 원고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더라고.


근데 이제 심사 통과하고 론칭 날짜 언급도 안 해주다가 갑자기 n달 후에 론칭하세요 이러면……. 나는 다른 거 작업하면서 '흠 아직 날짜 안 나왔으니 아마도 내년 초반이 아닐까~' 하고 좀 놔두고 있었는데ㅋㅋㅋㅋ 진짜 미친듯이 달렸다. 플롯 와다다 만들어서 와다다 옮기고…… 원고 비축은 안 해도 상세 플롯은 계속 짜서 언제든 쓸 수 있게 하느라 뭔가 하루도 마음 편히 아~~ 하고 쉬어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02420019.JPG
02420023.JPG


뭐 그래도 이제 연차 좀 쌓였다고 나름 짬바라는 게 생겨서 수국 보는 건 놓칠 수 없었고, 진짜 돌아버리겠다 싶을 때는 이틀 휴가도 다녀왔다. 하루에 한 6만 자 조지고 다음 날 수국 보러 다녀오면 꽤 뿌듯? 합니다.


너무 집에 틀어박혀서 일만 하니까(과외 있는 날은 나가지만 그것도 일이니) 안 되겠다 싶어서 지난 4월부터는 피아노 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 치러 가면 한 번 대충 치고 동그라미 세 개 긋고 반쯤 치고 동그라미 두 개 긋고 하던 기억밖에 없었는데ㅋㅋㅋㅋ 너무 재밌게 잘 다니고 있음. 곧 체르니 30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돈으로 다닐 수 있을 때 좀 더 열심히 다닐걸(ㅋㅋ)하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그 시간이 굉장히 리프레시가 된다. 집에 있으면 뭘 해도 '일. 일을 해야 돼. 이럴 시간에 일을 하는 게 어떨까?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데 피아노 치고 있다 보면 일이고 뭐고 지금 이걸 똑바로 치고 싶다고!! 하는 생각밖에 안 들어 좋다.


선생님이 엄청 조곤조곤 다정한 햇살캐 느낌인데, 내 친구 신도시 체리파이(가명)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체리파이도 화이팅! 할 수 있어! 하고 응원하지만 중요한 곳에서는 "그건 참고 해야 하는 거야:)" 라고 단호히 말하는 아이라…….


그렇지만 선생님이 대강대강 가르치시는 분이 아니어서 좋음. 물론 엄청나게 봐 주고 계신다는 느낌은 들지만ㅋㅋㅋㅋㅋㅋ 그냥 칠 수만 있으면 다음 곡으로~ 가 아니라 이것저것 추가 스킬을 알려주시려고 하는 게 좋다. 내가 그걸 잘 따라가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고. 내가 수업할 때 우리 애들이 아마 이런 기분이겠지.


DSC06236.JPG


그래서 이 글은 무슨 글이냐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만 자 조지고 다음 거 또 써야 하는데 너무나 하기 싫어서 쓰는 글이다. 시험 기간에 책상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딴짓은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


재밌는 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 유일한 취미였던 소설 쓰기가 이제는 더 이상 취미의 기능을 하기 않게 된 점이다. 일로 쓰는 글과 취미로 쓰는 글은 완전히 다른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일로 쓰는 글을 쓰다 지치면 취미로 쓰는 글을 쓰면서(게슈탈트 붕괴……) 헤헤 재밌다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재미없어. 일하는 것 외에는 스크리브너 켜고 싶지도 않아. ㅋㅋㅋ


그렇지만 이렇게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절주절하는 건 힘들지 않으니까 좀 즐겁네. 또 내년 이맘때쯤 되면 아…… 진짜 딴짓 좀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 거 쓰러 오게 되려나 하는 생각.


DSC06120.JPG 장미 구경하러 갔던 일이 마치 천 년 전 일 같군


요즘은 애써 외면하던 저속노화 식단을…… 제법 마음 먹고 시작하게 됐다. 그만 뒀던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하 진짜 뭐 이렇게 할 게 많지? 인간 진짜 별로다. 내가 뭐 숨만 쉬어도 근육이 생기고 떡볶이만 먹고 살아도 피부가 매끄럽고 콜라만 마시고 살아도 건강하길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그냥 좀 일하는 것 이외에는 이것저것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왜 그렇게 하면 건강할 수가 없는 건데 도대체…….


아프지 않고 평범하게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너무 너무 많아. 인간 진짜 별로임.


근래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겁나 웃긴 SF 읽었는데 거기 나오는 외계인이 되고 싶다. 걔네는 저속노화 밥 지어 먹으려고 렌틸콩 어쩌구 이런 거 안 사도 되고 헬스 안 다녀도 되고 그렇던데.


하루 한 알만 섭취하면 균형 잡힌 영양소를 보충해 주고 면역력도 길러주고 뇌 세척도 해 주는 약은 도대체 언제 개발되는 걸까 생각하며…… 다시 일하러 간다. 딴짓 재밌었다.


아, 그리고 나도 드디어 이 키보드 샀다.


IMG_1794.JPG
IMG_4442.JPG


그냥 인체공학적 키보드 어쩌구로는 도저히 어깨와 손목의 피로를 감당할 수 없어서…… 질렀음. 처음에는 뭐 그리 큰 차이 있겠어? 싶었는데 아뇨. 큰 차이 있습니다. 맨날 앉아서 글 써야 하는 사람들은 에르고 독스 사세요. 키보드 주제에 가격이 시건방지니까 하루에 이삼천 자 정도 쓴다! 면 굳이 이게 아니어도 괜찮겠지만 하루에 만 자 이상 매일 조지고 있다 한다면 강력 추천하는 바.




minolta X-700

Nikon fm2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필름 기록 12. 깜빡이도 안 켜고 들어온 차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