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나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의 눈치를 봤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괜찮다는 말을 했고, 학원을 다니는 것도 부담이 될까 봐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는 혼자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용돈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고, 등록금도 조금씩이나마 부담이 되지 않도록 보태기도 했다.
언젠가부터는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집의 경제 상황이었다. 방에 있다 보면 종종 가족들이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경제 상황을 가늠하기도 했다.
군대를 전역 후 복학을 할 때, 많은 친구들이 휴학에 대해 고민을 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아마 이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꼭 휴학은 한 번쯤 해야 해 “ 와 ”해외여행을 가보라. “는 이야기였다. 그러곤 그 말 뒤에는 이 말이 뒤에 붙었다.
”이때가 아니면 할 수 없어”
그럼에도 나는 휴학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휴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빨리 졸업을 해서 경제적인 독립을 하기 원하는 눈치가 있었고, 나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잠깐 버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대학교 막바지 시절,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들이 해외로 갈 계획이라며 이야기를 했었다. 한 친구는 캐나다에서 공부를 할 계획이었고, 한 친구는 호주로 이민을 갈 계획이었다. (지금은 둘 다 각 나라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다. 나와는 다른 모습, 목표가 있고, 꿈이 있는 친구들이었다. 반면 나의 목표는 졸업을 하고 최대한 빨리 취업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유는 나의 꿈이 그것이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집에 경제적인 부분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으니까. 나는 그때 그 친구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듯 내가 세상에 불만만 가득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짊어지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도 짊어지려고 하며,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무게임에도 당연히 감당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눈치를 적당히 보고, 본 것도 모르는 척하며 지냈다면 적어도 불만으로 가득한 세상은 아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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