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내 방에 들어섰는데, 방이 꽤 지저분함을 느꼈다. 옷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으며, 책도 책상과 바닥에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침대 위에 이불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실 진작부터 이렇게 지저분해져 있던 방이었는데, 그 날 따라 유독 지저분함이 거슬려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놓여있던 책은 하나씩 차곡차곡 책꽂이에 넣었고, 널브러져 있던 옷들은 옷걸이에 걸어두기도 하고, 세탁기에 넣기도 했다. 이불도 잘 펼쳐서 침대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그러고 나니 한결 방이 깔끔해 보였다.
나는 이 방에서 약 15년이라는 시간을 살았다. 맨 처음에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비어있는 방이었지만, 살아가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들여놓다 보니 지금은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 방이 되었다. 침대, 책상, 컴퓨터, 책꽂이, 옷장 등등.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것들이 들어와 있어서인지 조금만 무신경하면 금세 지저분해지고 말고, 또 막상 치우려고 하면 어느 것을 먼저 정리해야 이전의 방처럼 깨끗해질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것에는 한 번 들여온 것들을 쉽게 버리지도 못하는, 그것들을 쌓아두기만 하는 내 미련이 한몫했던 것도 있을 것이다. 방을 그나마 괜찮아 보이게 만들기 위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단지 조금씩 꾸준히 정리를 해주고, 쓰지 않을 것들은 새로 들이지 않는 것뿐이다.
어쩌면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방에는 내가 15년 정도 채워간 방보다 더 많은 것들이 쌓여있을 테니 한 두 개의 문제가 더 쌓여도 마음의 방이 너저분해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아마 이것이 마음이 무뎌진다는 표현이 아닐까. 또, 종종 이유를 모르겠는 우울함과 심란함이 찾아올 때에 마음을 정리하고 털어내고 싶어도 쉽게 그렇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뒤죽박죽 쌓여있어 어느 것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이거나, 혹은 한번 마음에 들어온 것을 버리지 못하는 미련 때문인 것일 테고.
그렇다면 마음의 방도 깨끗이 비울 순 없겠지만 새로 쌓이는 것들을 미리미리 정리하면 방을 오랜 시간을 들여 청소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마음이 말끔히 정리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리된 방에서는 조금이라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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