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착한 아이가 되지 않을 겁니다.]

2. 착한 아이한텐 떡 하나 더 주긴커녕 일을 더 주니까

by 박영준

살아오면서 내가 자주 후회했던, 자주 겪었던 것을 꼽자면 거절을 하지 못해서 일을 더 하게 되는,

쉽게 말해 “사서 고생한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들 중 하나를 이야기해보자면,


내가 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

나에게 일을 가르쳐주던 형이 했던 한 가지 주의가 있었다.


“저 사람이랑은 친해지지 마, 친해지면 자꾸 일을 주거든.”


나는 이때 까지만 해도 이 말이 와 닿지 않았다.

성격도 내 기준에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었고,

가끔가다 부탁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았으며,

사실 거절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들은 주의를 가볍게 여기고 그 사람과 사적인 대화도 할 정도로 친해졌는데 그때 깨달았다.


“아 이래서 친해지지 말라했구나”


처음에 정말 간단했던 부탁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어느새 내가 원래 맡은 나의 일보다도 더 많아져 버렸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만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업무들이니 촉박하면 그럴 수 있다.

늘 들어주던 부탁을 이제 와서 거절하기도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혹시 시간 있어? 시간 있으면 이것 좀 도와줄 수 있어?” 라며

먼저 내가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물어보고 일을 부탁하던 사람이

“이것 좀 부탁해”라고 일을 그냥 두고 가기 시작하고,

“이것 좀 오늘까지 해줘”라면서 일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일개 아르바이트생이고 직원분이 부탁하는 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고,

야근까지 하면서 일을 했다.


그렇게 일을 한지 몇 주가 지난 후에 알게 된 것은

나에게 일을 부탁하고,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시간에 일을 하게 만든 사람은

우리 팀 사람도 아니었다는 것이었고,

우리 팀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이런 식으로 일을 자꾸 넘겨서 주의를 받았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하지 않아도 되는 일 때문에

나의 점심시간을 쓰고, 나의 퇴근 시간을 포기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분이 묘했다.

거절하기 미안해서, 또 바쁘니 서로 돕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며 받아주었던 것이

“제게 일을 더 주시면 저는 제 시간을 포기하며 일을 더 해드립니다.”라고 어필한 꼴이 된 것이다.


“나를 싫어하면 더 못되게 굴고 일을 더 시킬지 몰라

그러면 나는 일에도 치이고 사람에도 치이고 여러모로 힘들어지겠지 “라는 착각을 하며

착하게 살면 마음 편하게 일을 더 주려 하고,

오히려 까칠하게 살면 눈치 보며, 말도 걸지 않아 주는

그래야만 편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 그냥 거절할 걸. 또 사서 고생했네 “라며 늘 후회하던 것을 또 후회하게 되었고

까질 하게 거절하지 못했던, 그래서 나의 시간을 빼앗기도록 방치한 나를 원망했다.

몇 번인지 모를 이 후회들을 하면서 나의 머리는 사실 알고 있다.

거절해도 괜찮은 것을, 거절을 하면 내가 편해지고, 부탁을 들어주면 나는 또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임을.

그래서 나는 잘 실천하지는 못해도 거절할 때마다 미안해하는 나에게 늘 말한다.


”거절해도 괜찮아. 이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이야. “



나는 당신이 떡을 더 받기는커녕 일을 더 받아 버리는 착한 아이가 아닌,

조금은 까칠하지만 일을 더 받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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