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보통 서열을 가린다. 그것은 쪼끄만 애완견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녀석들은 같은 집안식구들 중에서도 주인어른들에게는 복종을 하지만 작은 어린애에게는 으르렁 거리는 녀석들이 있는데 어린아이들은 자기보다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강아지 때부터 커 왔다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른개로 성장한 뒤 온 경우에 가끔 그런 녀석이 있다. 그럴 때는 아이들에게 으르렁 거릴 때마다 주인이 가볍게 몇 번 때려주면 곧 그 버릇은 고쳐진다.
진돌이 녀석도 거의 다 성장한 뒤 우리 집으로 왔다. 이 녀석이 집에 와서는 제일 먼저 집안 식구들부터 파악하는 것이다. 진돗개들은 아무리 어린아이 일지라도 주인집식구들에게는 절대복종하는 기질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진돗개들은 비록 자기 집안식구는 아닐지라도 주인과 친한 동네사람이나 한 집안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호의적인데 반해 이 녀석은 친화력이 좋은 진돗개는 결코 아니었다. 진돌이 녀석이 쭉~쭉~쭉~살펴보니 주인네 식구 같지는 않고 제 딴에는 나를 보아하니... 키도 작지... 피죽도 못 먹고 산 인간처럼 몸도 비썩 마르고 비리비리하게 생기다 말았지... 힘으로 해도 자기가 이길 것 같지... 아무리 봐도 자신이 나보다 서열이 더 위인 것 같은 착각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서열이 낮은 인간이 감히 자기 머리를 쓰다듬길래 손 치우라 조금 으르렁 거렸다고 알밤을 콩!~하고 먹이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녀석은 서열이 낮은 나를 향해서 주제파악을 하라고 왕! 왕!~소리를 쳤을 뿐인데 어느 날 주인식구들이 없을 때 비겁하게 몽둥이로 자기를 디지게 매타작을 했으니 나에 대한 원한이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진돌이는 주인식구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빨을 뿌득!~뿌득!~갈며 기다렸던 것이고 이제 주인식구들이 몽땅 돌아왔으니 나 따위는 전혀 무서울 게 없었다. 든든한 연합군이 자기 뒤에 있는데 이것 보다 더 큰 백이 그 어디에 있으랴. 못된 개들은 사람에게 한번 앙심을 품으면 절대로 풀지 않는다는 것을 두 마리의 잡종개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중 한 마리는 내가 훨씬 젊었을 적 작은 형님이 키우던 개였다. 평소에 개를 좋아했던 형님이 자신이 운영하던 구두공장에 다 자란 두 마리의 잡종개를 데려다 키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공장사람들이나 아님 형님 거래처 사람들에게는 꼬리를 흔들면서 갖은 아양을 떨다가도 내가 가끔 놀러 가면 나를 보고 짖는 것이다. 어쩌면 내 이마 떼기에"개장수"라고 쓰여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의 형제도 몰라보는 이 녀석들은 머리가 참 나쁜 잡종견들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가 공장에 놀러 갈 적마다 두 녀석들이 하두 짖길래 화가 나서 어느 날 몽둥이로 이 녀석들을 디지게 매타작을 한 적이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즉시 꼬랑지 내리고 더 이상 나를 보고 짖지 않았는데 한 녀석만은 그렇게 매타작을 당해도 머리가 아둔한지 후에도 나를 볼 때마다 끝까지 짖는 것이다. 결국 그 녀석은 내가 보는 앞에서 작은 형님에게 먼지가 나도록 매타작을 당하고 나서야 더 이상 짖지를 않았고 그때 가서야 비로소 내가 형님의 동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고집이 세고 머리가 나쁜 개들은 가끔 주인의 형제들도 잘 몰라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주인이 한번 오지게 매타작을 하면 곧바로 꼬랑지를 내리게 된다.
진돌이도 마찬가지다. 나를 보고 짖을 때마다 주인이 혼을 내주면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지만 진돌이를 자기 가족처럼 아끼는 주인은 내일 당장 지구의 멸망이 올지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애견가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개에게 좀 더 사랑을 주고 먹을 것도 잘 주면 마음이 돌아서지 않겠냐고... 그것은 개들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한번 앙심을 품은 개는 후에 내가 어떠한 로비를 제공해도 절대로 마음이 돌아서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자칭 동물박사다.
어려서부터 온갖 다양한 동물들을 키워봤기 때문에 개를 포함한 웬만한 동물들의 특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개들은 보통 주인만 자기편을 들어주면 절대로 꼬리를 내리지 않는데 불행히도 주인은 내편이 아니었다. 에~효!!~~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가시밭길을 생각하니 갑자기 뒷 골이 당겨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