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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인 May 14. 2024

진돗개와 싸웠다 6화

갈수록 태산.

"갈수록 태산"이라하였다.
산 하나를 겨우 넘었더니 더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말이다. 진돌이를 두들겨 패서 항복을 받아 낸 것은 아주 작은 산을 넘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인집 식구들이 돌아온 뒤  녀석은 내가 도저히 넘지 못할 거대한 산이 되고 말았다 이제 나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진돌이에게 매일 같이 시달리는 처지로 바뀌다. 진돌이가 우리 집에 오기 전에는 주인과 나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돌이로 말미암아  주인과 나 사이에는 불신의 벽이 가로놓이게 되었는데 지금이야 셋방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주인들에게 큰소리치면서 사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내가 셋방살이하던 20년 전에는 집주인의 기세가 등등하던 때라 자칫 주인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당장 쫓겨나거나 아주 불편하게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했다.

생각 같아서는 다른 집으로 이사 가고 싶었지만 그때 내가 가진 돈으로는 그 만한 집을 얻을 수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하찮은 개에 불과한 녀석에게 쫓겨난다는 것은 도저히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 어떡하든 녀석을 휘어잡고 살든지 아님 비굴하지만 만물의 영장인 내가 개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주인네 식구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 한 명이라도 집에 있으면 내가 녀석을 꼼짝 못 하게 할 방법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아줌마가 나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을 하였다.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어떻게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개를 팰 수 있냐고... 물론 나에게 직접 한 말은 아닐지라도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진돌이 녀석을 두들겨 팬 것은 사실이니까... 내가 우려했던 대로 동네사람이 고자질을 하고 만 것이다.

에~휴!~~ 아줌마는 아슈? 하찮은 개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한지..
나 또한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못 들은 체 내 방으로 올라왔지만 마음이 영~편치 않았다. 이제 나는 주인식구들에게 동물학대자로 낙인이 찍혔을 것이다. 서양인들이 잘 쓰는 말 중에"스틱 앤 캐럿"이란 말이 있다. 즉~몽둥이와 당근이란 뜻인데 지난번에는 진돌이 녀석에게 스틱을 사용했으니 이번에는 캐럿을 주기로 했다.
당근을 준다고 녀석이 쉽사리 나와 친해질 수는 없을 테지만 적어도 내가 동물학대자가 아니라는 것을 주인에게 보여줄 필요는 있겠기에 나는 일부러 주인아줌마 보는 앞에서 계란프라이, 통닭, 생선, 등 진돌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아낌없이 주었다. 그렇다고 진돌이와 내가 친해졌느냐?

녀석이 먹을 것은 주는 족족 다 받아먹고 나서도 나에 대한 감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내가 출근할 때면 번개처럼 뛰어나와 큰 소리로 짖으며 내 발꿈치를 물려고 하는 것은 여전하였다.
이쯤 되면 내 인내의 한계점에도 바닥을 칠수 밖에는 없다."스틱"도 안되고"캐럿"도 안되면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주인네 식구들이 몽땅 외식을 하러 밖에 나가는 바람에 집안에는 나와 진돌이 둘만 남게 되는 아주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주인식구들이 없는 진돌이는 더 이상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가 없었다.

나는 또다시 몽둥이를 꺼내 들고 녀석의 집 앞에 앉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녀석은 자기 집안에 틀어박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숨만 죽이고 있을 뿐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했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녀석의 목줄을 잡아서 천천히 나의 코 앞까지 바짝 끌어당긴 체 녀석을 노려보았다. 보았는가... 쫑긋한 두 귀를 납작 내리깔면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며 떨고 있는 녀석의 몰골을....
나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향해 한마디 하였다.

아그야... 너 한 번만 더.. 나를 보고 짖으면 곧바로 저승행인 줄 알그라 앙!!~~

손에 쥐고 있던 몽둥이를 땅바닥에 탁!~내리치자  녀석은 다시는 안 짖겠노라 싹싹 빌었다.
진돌이에게 다시 한번 나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해 놓은 뒤 나는 이층 내방으로 올라왔다. 그동안 녀석에게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한번 더 몽둥이 블루스를 당겨야 하겠지만 그러다가 자칫 주인의 귀에 그 사실이 또다시 들어가기라도 하면 좋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 날, 나는 당당히 진돌이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제 그만큼 다짐을 받았으니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 그러나 녀석은 또다시 천둥처럼 짖으며 자기 집에서 뛰쳐나와 내 바짓가랑이를 물었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견아일언 때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다행히 발꿈치는 물리지 않았지만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놓지를 않으니 자칫하면 바지가 찢어질 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발로 놓으라고 녀석의 따귀를 아주 가볍게 한대 툭!~쳤다  그러자 녀석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깨갱! 깨갱! 비명을 지르면서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다. 한 마디로 "헐리웃 액션"
나는 축구선수들이나"헐리웃 액션"을 하는 줄 알았지 설마 개도 "헐리웃 액션"을 할 줄이야 헐!~~ 진돌이의 비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주인아저씨의 불호령이 집안에서 터져 나왔다.


어느 놈이냐!!~~~


어느 놈이 아니라 어느 분 인디요? 거!~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욕은 하지 맙시다!!~~

그러나 주인아저씨가 뛰쳐나오기 전 

빨리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나는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진돌이의 엉덩이를 한번 더 발로 차면서 문을 박차고 나오며 소리쳤다.


지나가던 개장수요!!~~~~

아!!~~~ 개!!~~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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