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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인 May 28. 2024

진돗개와 싸웠다 8화

진돌이가 할리데이비슨을 타게 되다.

이제 나는 진돌이에게 매일 통행세를 내고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니... 왜 사람이 하찮은 개에게 통행세를 내고 다니냐고 발끈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럼 어떡혀? 그 녀석 집 앞을 지나갈 때 통행세 내지 않으면 뒤에서 무는디?
물론 통행세를 낸다고 돈 주는 게 아니라 녀석이 좋아하는 계란프라이나 참치삼각김밥, 햄버거가 통행세다. 그래서 나는 매일처럼 아침에 출근할 때

계란 프라이.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는 삼각김밥이나 햄버거 하나씩을 녀석에게 통행세로 바쳐야만 했다.

진돌이 집 앞에 통행세를 던져놓고 가면 녀석은 신기하게도 아뭇소리 않고 무사히 통과를 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통행세 내기 아까워서 그냥 지나가면 여지없이 천둥처럼 짖으며 집에서 뛰쳐나와 내 발꿈치를 문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자존심이 무지하게 상하지만 물리고 싶지 않으면 꼬박꼬박 통행세를 내야 할 수밖에... 거의 매일 저녁,집 앞 편의점에서 햄버거나 삼각김밥을 사다 보니 이제 단골이 되었다.
하루는 아르바이트생이 측은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인사차 물어본다.


저녁을 햄버거 하나로 드시나 봐요?

아르바이트생은 아마도 내가 돈이 없어서 몇백 원짜리 값싼 햄버거 하나로 때우는 줄 알고 측은해하였던 것이다. 아니... 이제는 내가 돈 없어서 매일 햄버거 하나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불우이웃으로 보인단 말이지?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라 나도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한마디 하였다.

아가씨!~내가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집 개 갖다 줘야 하거든?

어머!~아저씨 개에게 매일 햄버거 하나씩 갖다 줘요? 개를 엄청나게 좋아하시나 봐요? 호! 호! 호!

저도 집에서 강아지 키우고 있는데 아저씨도 개를 무척 사랑하시는 애견가이시네요.

애견가는... 무슨... 우리 집 개는 사람도 몰라보는 변견이라서 먹을 것 안 주고 집에 들어가면 나를 문다고!~젠장!~

나의 한마디에 환하게 웃던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편의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처럼 녀석에게 통행세를 바쳐야만 하는 게 너무도 화가 났다.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하찮은 개에게 통행세를 낸 일은 결단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리... 인간인 내가 개에게 통행세를 내면서 집에 들어가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른 방법을 써서 녀석을 다시 한번 혼을 내줘야 하겠는데....
불현듯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돌이 녀석에게 오토바이를 한대 선물해 주는 것이다.

오토바이... 큭! 큭! 큭!~~

맞아!~~ 바로 그거야!!~~

나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폭소를 터뜨리며 진돌이에게 햄버거를 던져주고는 이층 내방으로 올라갔다.
녀석은 여태껏 보지 못했던 나의 이상한 행동에 머리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저 인간이... 나에게 몇 번 물리고 나더니 광견병에 걸려서 드디어 맛이 갔군... 캥! 캥! 캥!~(진돌이 웃는 소리)


오토바이라? 그렇지.. 진작에 그 방법을 썼어야 했는데 미련하게 녀석을 두들겨 팼으니 나에게 앙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지. 나는 오토바이 마니아다. 20살 때 큰 형님이 타고 다니던 90cc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져 무르팍이 깨져 가면서 배워 지금은 못 타는 오토바이가 없다.

나의 장래의 희망은 오토바이 마니아들의 가장 큰 로망인 1,200cc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마치 영화배우처럼 폼나게 머리에 수건 질끈 동여매고 가죽재킷에 명품 선글라스 하나 끼고 춘천가도를 달리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의 엔진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마치 야수의 심장이 뛰는듯한 그 넘의 엔진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흥분되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 오토바이를 진돌이 녀석에게 선물해 주는 것이다. 아!~물론 멋진 선글라스도 하나 선사할 것이다 거기다 목에 두르는 머플러까지. 이제 구색은 다 갖추었으니 오토바이 제작에 들어가면 된다.
다음날 아침 나는 녀석에게 선물할 1.200cc 할리데이비슨을 만들고 있었다.
일단 계란프라이 두 개를 맛나게 요리한다.
그리고 설사약을 첨가하는데 설사약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오토바이 엔진의 배기량이 결정된다.

한 캡슐. 요것은 앵앵거리는 50cc 오토바이. 사나이가 쪽~ 팔리게 앵앵거리는 스쿠터 타면 체면이 서지 않지..

두 캡슐. 이제 조금 모양을 갖춘 125cc  오토바이. 카릉! 카릉! 카르릉!!~엔진 소리가 좀 경박하다.

세 캡슐. 이 정도면 오토바이 마니아들도 많이 타고 다니는 450cc  발칸. 부릉! 부릉! 부르르르르!!~오! 바로 이소리야!!~

네 캡슐. 이제야 바야흐로 1,200cc 할리데이비슨 완성. 투등! 투등! 투등!~~ 투두두두!!~~~


들었는가? 맹수의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그 어느 오토바이도 근접하지 못할 할리데이비슨의 우렁찬 엔진소리를!!~~~

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할리데이비슨을 양손에 들고 진돌이 녀석에게 던져 주었다.
아! 그리고 내가 쓰지 않는 싸구려 5,000원짜리 중국산 선글라스와 머플러도 함께 주었다.
곧 녀석은 내가 선물한 선글라스를 끼고 머플러를 목에 두른 체 양손을 벌려 누운 자세로 우람한 할리데이비슨에 올라타 도로를 질주하게 될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오토바이는 인간뿐 아니라 개도 탈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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