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진돌이에게 매일 통행세를 내고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니... 왜 사람이 하찮은 개에게 통행세를 내고 다니냐고 발끈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그럼 어떡혀? 그 녀석 집 앞을 지나갈 때 통행세 내지 않으면 뒤에서 무는디? 물론 통행세를 낸다고 돈 주는 게 아니라 녀석이 좋아하는 계란프라이나 참치삼각김밥, 햄버거가통행세다. 그래서 나는 매일처럼 아침에출근할 때
는 계란 프라이.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는 삼각김밥이나햄버거 하나씩을 녀석에게 통행세로 바쳐야만 했다.
진돌이 집 앞에 통행세를 던져놓고 가면 녀석은 신기하게도 아뭇소리 않고 무사히 통과를시켜주기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통행세 내기 아까워서 그냥 지나가면 여지없이 천둥처럼 짖으며 집에서 뛰쳐나와 내 발꿈치를 문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자존심이 무지하게 상하지만 물리고 싶지 않으면 꼬박꼬박 통행세를 내야 할 수밖에... 거의 매일 저녁,집 앞 편의점에서 햄버거나 삼각김밥을 사다 보니 이제 단골이 되었다. 하루는 아르바이트생이 측은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인사차 물어본다.
저녁을 햄버거 하나로 드시나 봐요?
그 아르바이트생은 아마도 내가 돈이 없어서 몇백 원짜리 값싼 햄버거 하나로 때우는 줄 알고 측은해하였던 것이다. 아니... 이제는 내가 돈 없어서 매일 햄버거 하나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불우이웃으로 보인단 말이지?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라 나도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한마디 하였다.
아가씨!~내가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집 개 갖다 줘야 하거든?
어머!~아저씨 개에게 매일 햄버거 하나씩 갖다 줘요? 개를 엄청나게 좋아하시나 봐요? 호! 호! 호!
저도 집에서 강아지 키우고 있는데 아저씨도 개를 무척 사랑하시는 애견가이시네요.
애견가는... 무슨... 우리 집 개는 사람도 몰라보는 변견이라서 먹을 것 안 주고 집에 들어가면 나를 문다고!~젠장!~
나의 한마디에 환하게 웃던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편의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처럼 녀석에게 통행세를바쳐야만 하는 게 너무도 화가 났다.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하찮은 개에게 통행세를 낸 일은 결단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리... 인간인 내가 개에게 통행세를 내면서 집에 들어가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른 방법을 써서 녀석을 다시 한번 혼을 내줘야 하겠는데.... 불현듯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돌이 녀석에게 오토바이를 한대 선물해 주는 것이다.
오토바이... 큭! 큭! 큭!~~
맞아!~~ 바로 그거야!!~~
나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폭소를 터뜨리며 진돌이에게 햄버거를 던져주고는 이층 내방으로 올라갔다. 녀석은 여태껏 보지 못했던 나의 이상한 행동에 머리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저 인간이... 나에게 몇 번 물리고 나더니 광견병에 걸려서 드디어 맛이 갔군... 캥! 캥! 캥!~(진돌이 웃는 소리)
오토바이라? 그렇지.. 진작에 그 방법을 썼어야 했는데 미련하게 녀석을 두들겨 팼으니 나에게 앙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지. 나는 오토바이 마니아다. 20살 때 큰 형님이 타고 다니던 90cc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져 무르팍이 깨져 가면서 배워 지금은 못 타는 오토바이가 없다.
나의 장래의 희망은 오토바이 마니아들의 가장 큰 로망인 1,200cc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마치 영화배우처럼 폼나게 머리에 수건 질끈 동여매고 가죽재킷에 명품 선글라스 하나 끼고 춘천가도를 달리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의 엔진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마치 야수의 심장이 뛰는듯한 그 넘의 엔진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흥분되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 오토바이를 진돌이 녀석에게 선물해 주는 것이다. 아!~물론 멋진 선글라스도 하나 선사할 것이다 거기다 목에 두르는 머플러까지. 이제 구색은 다 갖추었으니 오토바이 제작에 들어가면 된다. 다음날 아침 나는 녀석에게 선물할 1.200cc 할리데이비슨을 만들고 있었다. 일단 계란프라이 두 개를 맛나게 요리한다. 그리고 설사약을 첨가하는데 설사약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오토바이 엔진의 배기량이 결정된다.
들었는가? 맹수의 심장에서터져 나오는 그 어느 오토바이도 근접하지 못할 할리데이비슨의 우렁찬 엔진소리를!!~~~
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할리데이비슨을 양손에 들고 진돌이 녀석에게 던져 주었다. 아! 그리고 내가 쓰지 않는 싸구려 5,000원짜리 중국산 선글라스와 머플러도 함께 주었다. 곧 녀석은 내가 선물한 선글라스를 끼고 머플러를 목에 두른 체 양손을 벌려 누운 자세로 우람한 할리데이비슨에올라타 도로를 질주하게 될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오토바이는 인간뿐 아니라 개도 탈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