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

by 호윤 우인순 시인

한잎 두잎 떨어져

이젠 잎도 별로 없는데

새들을 끌어안고 웃으며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도

가족으로 받아들인 나무는

꿈을 꾼다


가을비 내리는 날

서울행 기차역

일년초 가을 억새인 나도

꿈을 꿀 수 있을까

고목나무처럼 구멍 뚫린 몸으로

이곳저곳 이름 모를 벌레들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갉아도

사람들을 끌어안고

웃으며 살 수 있을까 묻는다


잎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 바람에 흔들리며

삭아버린 가지 떨어져도

심연의 깊은 곳

봄을 꿈꾸는 나무


흰 눈 펄펄 내리는 날

눈 꽃 피우며 하얀 수염 쓸어안고

허허 웃는 할아버지처럼 서서

꼬물꼬물 새봄 싹 키우겠지

그는 다년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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