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할아버지 벚나무

by 호윤 우인순 시인


어느 봄날

전기톱 든 박 씨 아저씨가 왔다

"사모님! 가정집에 이리 큰 나무를

키우는 게 아녜요 재수 없어요."

"아니 집터가 넓어도 이리 큰 나무들이

너무 많으니 여기가 공원인지

숲인지 귀신 나올 것 같이요"


키 작은 나무와 유실수를 심거나

꽃 예쁜 나무 심으세요.

"사모님 저 벚나무 자르면 홍매화 한그루

드릴게요 공짜에요 저리 큰 나무를

가정집에 키우시다니 "

"그저 무료 봉사 해드린다니까요"


위이잉, 윙 윙 윙 끄르륵 끼익

아저씨는 키 큰 할아버지 향나무를 싹둑

은행나무 왕할아버지를 싹 툭 싹 툭 잘랐다

꽝 하고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나무들은 공포에 떠는데

윙윙 끄르륵 기계 소리가 날 때마다

소름이 끼쳐 벚나무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아유, 뚱뚱하고 키가 큰 벚나무네요

꽃도 예쁘지 않고 지저분하니 잘라버리세요

홍매화나 배롱나무나 이쁜 꽃도 많은데

늙은 벚나무 이것도 잘라버려요

벚나무는 가슴이 철렁 박 씨 아저씨가

저승사자 같았다


그만둘래요

봄엔 벚꽃이 가득 피면 달밤에 너무 아름다워요

여름엔 시원하고 듬직한 게 아직은 좋아요

하는인아줌마가 천사처럼 예뻤다

예쁜 주인님 조용히 있을게요. 투덜거리지도 않고”

벚나무는 여름 내내 목이 타도

누구는 물을 주고 왜 나는 안 주느냐

불평조차도 하지 않았다

하마 터라면 큰일 날 뻔했어.

왕 할아버지 벚꽃나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살아남아 파란 하늘과 빨간 접시꽃을 보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루하루를 사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가족들과 함께

얼굴 바라보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모습을 보는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날마다 매 순간순간이

감사와 축복 아닌가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

늙은 벚나무는 행복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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