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할아버지가 고슴도치를 가져오셨다
닭장처럼 고슴도치 집을 짓고
매일 오이도 주고 채소 잎을 주며,
고슴도치를 보는 것이
여덟 살 내 하루 일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할아버지께 문안 인사를
올린 후에 쏜살 같이 달려가는 곳이
고슴도치 앞이다
고슴 도치가 안 움직이고 자고 있으면
긴 막대기로 툭! 툭! 건드리면
고슴도치는 빠르게 반응을 한다
"거참, 아가씨!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셔요
잠 좀자게 제발 그러지 말아요" 하는 것 같았다 가시등을 움칠 움칠 하는 게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갔다 오니
고슴도치가 없어졌다
부엌으로 달려가 이모님께 "내 고슴도치가
없어졌어요 찾아줘요" 하니
이모님 하는 말이 고슴도치는
땅굴을 파고 달아났을 거란다
매일 그렇게 막대기로 건드리니
고슴도치가 귀찮아서 간 거예요
내 잘못이지만 그래도 나는 서운했다
며칠 뒤 할아버지가 나를 위로하느라고
토끼를 4마리 사 오셔서 산지기 아저씨가
토끼집을 2층으로 지어주고 지프라기를
많이 깔아 푹신하여 토끼들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줌을 많이 싸서 그런지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 그래도 내 토끼들이라서
나는 너무 좋았다 야채를 주면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이뻤다
어느 날 토끼는 새끼를 둘이나 낳았다
하얀 아기 토끼들이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학교 갔다 오니
큰 토끼 둘 하고 새끼만 남았다
내 토끼 두 마리 어디 갔냐? 고 이곳저곳 다니며 물어보아도 모두 모른다고 했다
저녁상에 고기가 올라왔다 닭고기 맛이다
참 맛있어서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나서
유모 엄마한데
"내 토끼 두 마리가 없어졌는데
아무도 모른다네요 유모! 토끼가 어디로 갔을까요? " 물어보았다
유모는 대답 없이 모른다는 듯 고개만 저었다.
집안 식구들이 그저 다 고개만 흔들고는 웃는다
다음 날 아침 산지기 아줌마가 오더니
부엌에 들어가서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너무 맛있지 뭐예요 국물에 밥을 버물려 먹었는데 꿀맛이에요
토끼고기 좀 남았으면 얻으려고요"
하는 것이다
나는 순간 달려가 소리를 질렀다
내 토끼를 잡은 거야 아니지?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을 보아도
말이 없이 침묵이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면서
"어떻게 내 토끼를 잡아서
먹으면서 나를 주는 거야! 내 토끼는
내 가족인데 , 가족을 잡아 먹는 무서운 사람들
실망이야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다 들 호랑이 보다 더 무서워" 소리쳤다
그날 이후로 토끼장엘 가지 않았다
열심히 키워도 또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장학생인
학교를 짓고 싶으셨던 아버님의 꿈 때문에
작은 학교인 유치원을 지으셨다
중간에 원장자리가 비어있고, 나도 아이들이 어려서 일 년을 휴직 중이라 잠시 쉬고 있는 중이어서
좋은 분이 오실 때까지
내가 아버님 유치원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유치원 사무실에 매일 출근할 때
마다 나는 어릴 적 내 토끼가 생각이 나서 토끼를 키워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유치원 마당에 토끼를 여섯 마리 키웠다
아이들이 차례로 오이랑 당근도 주고
토끼를 보며 웃기를 바라서다
내 어릴 적 이야기를 들은 학부형이
어느 날 털이 북실북실한 사자토끼를 선물해 주었다 비싼토끼라고 말하며
그것은 애완용이라 잡아먹지 못하는
토끼라는 것이다
사자토끼는 그날부터 내 책상 밑이나
문이 열리면 복도로 나아가 아이들이 있는
교실까지 기어갔다
그런데 이 토끼 소문을 들은 엄마 한분이
또 털이 북 실한 큰 사자토끼를 들고 오셨다
그날부터 나는 내 공간 안에 두 마리 토끼를
키우게 되었다
퇴근할 때는 꼭 문을 잠그고
아침이 되면 뛰어와 토끼를 보는 행복이
너무 좋았다
선생님들도 아주 좋아했다
토끼가 오기 전엔 제일 먼저 출근을 하면
체육관을 찾았다
일찍 온 아이들이 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에 아이들과 노는 일이 참 재미
있었다 어느 날은 "나는 늑대다"
하면 아이들이 "아유! 무서워요"
도망가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나는 호랑이다"
하며 어흥! 하며 반격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면 "살려주세요 "하며 애교를 부렸다
그리곤 나는 나무다 하며 두 손을 높이 들면
선우가 우아! 소리를 지르며
나는 나무를 올라가야지 하면서 나한테
매달리면 다른 아이들도 후루룩
몰려와 매달린다 아이들은 내가 아침마다
놀아주니 일찍 오곤 하였다
그런데 토끼가 오면서부터 내가 사무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토끼들이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인다
어느 날 책상에 앉았는데
원장님 전화가 안돼요
컴퓨터도 고장인데요 해서 보니
정말 고장이다 그래서 수리공을 불렀다
원장님 토끼가 전기선이랑 전화선
모두 물어뜯어 놓아서 고장이네요
이러다간 불이 날지도 모릅니다
토끼는 키우지 마세요 하는 것이다
사자토끼를 밖에다 키울 수도 없어서
안타깝지만 집에서 잘 키울 분께 드렸다
이렇게 하여 내 토끼 키우기는 끝이 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