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도저히 될 가망이 없다
2. 너무 많거나 커서 대강 짐작조차 할 수 없다
3. 분수가 없다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결국은 마주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을.
더 멋있고 폼나게 사는 방법은 알지만, 그걸 감당할 용기와 패기는 내게 없었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겠다는 고상한 다짐 따위는 던져버리고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그리고 비겁하게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뻔뻔히 요구했다.
이번만 좀 봐달라고. 다음부터는 잘할 테니까!
싸가지...
그렇게 한참을 도망치고 나를 따라오던 괴물 같던 상황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때쯤 뒤돌아보면 내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의아해진다. 어림없던 희망이 걷히고 드러난 당연한 결말이었다.
어디까지 오게 된 건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멍하니 사방을 바라본다.
결국, 도망이라는 선택지는 나를 길 잃은 방랑자처럼 만들었나.
삶은 항해와 같다고들 한다.
목적지를 향해 가더라도 풍파에 떠밀려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남들의 도움을 받으며 내가 의도했던 혹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들을 가는 그런 항해 말이다.
그런데 도망은 이 항해에서 방향키를 제거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잔잔한 파도와 온순한 바람에도 나는 내 위치도 내 갈길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표류가 아니라 항해하기 위해서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앞에 보이는 커다란 파도를 향해 연어처럼 뛰어들어야 함을 절감한다.
지금이라도 별을 볼 수 있다면 다시 별을 보고 방향을 잡고, 그마저도 안되면 다시 돌아가자.
비겁하지 않았던 그때, 그곳으로.
사진: Unsplash의 Alexander Zayts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