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2. 조금도 틀림이 없다.
꼭 저 말은 나도 모르게 한 숨을 푹 한 번 내쉬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애꿎게 종이 위에 끄적끄적 선을 그려대는 모습을 담아낸 것 같다.
왜 할 일이 없겠어.
너를 보내고 내 시간 위에는 할 일들이 도처에 소복히 쌓였어.
멍하니 걸으며 하늘을 바둑판 삼아 복기를 해.
네가 어디있는지 도통 모르겠는데 뭇사람들은 거기에 있을 거라고 말하더라구. 그러다보니 믿게 됐어.
하늘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앉은 너 한 수, 여기 머물고 있는 나 한 수
이렇게 지나온 시간들과 지금의 순간들까지 차곡차곡 쌓여서 하늘을 채워가.
온통 하늘이 잿빛인걸 보면 나는 너에게 모두 잡아먹힌 것 같다. 흑을 잡은 네게 유리한 게임이였는데도 너와 함께할 때 하늘이 눈부셨던 건 어쩌면 네가 날 봐줘서 그랬던 거구나. 이제 알았어.
나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남아서 다시 복기를 해.
그런데 아무리 봐도 결국 첫 수부터 내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였어.
나는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하릴없이 네 뒤만을 졸졸 쫓아다닌 형국이였네.
그렇게 기분이 나쁘거나 분하지 않아. 그저 네가 내 반대편에 앉아 한 수 알려줬으면 좋겠어.
내가 언젠가 너를 이길 수 있도록.
모순적이게도 너는 진심을 다해 모든 걸 알려주는데도 난 이겨본 적이 없어.
사실, 이렇게 해서라도 네가 내 앞에 오래 머무르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해.
여전히 너는 나를 꿰뚫고 있고,
언제나 나는 패배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어.
하지만 나는 이 비정한 운명을 돌파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어.
어느 철학자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대단한 발명을 해냈다는데,
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발견한 건 너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내 부끄러운 과거들밖에 없어.
스스로 나는 패배의 멍에를 매고 있어, 그래야 마땅하고.
왜 할 일이 없겠어,
너를 하릴없이 기다리는게, 그게 내가 할 일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