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쓸쓸하고 고요하다.
2. 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답답하다.
3. 꽉 막힌 듯이 답답하다.
1. 아주 넓거나 멀어 아득하다.
2. 아득하고 막연하다.
1. 옷이나 이부자리 따위를 겹치거나 접어서 단정하게 포개다
2. 손이나 발 따위를 접어 겹치게 하다.
옷이나 이부자리 따위를 겹치거나 접어서 단정하게 포개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빨래를 더 널어야 할까
문득 삶의 구차함이 지긋지긋해지고
남은 생의 무게에 압도되어 막막(漠漠)해진다
그저 빨래를 널다가 말이다
나도 빨래처럼 바닥에 널려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아련한 기억들을 헤집어 본다
시작점에 선 경주마와 같았다
관중들의 광기 어린 소망과 그들이 쏘아대는 소음마저 들리지 않고
'언제나 막이 오를까?' 하는 벅찬 기대감으로 뜨거운 콧김을 쉴 새 없이 내뿜었던
고삐를 움켜쥔 기수(騎手)의 손바닥에 몽글몽글 맺히던 땀방울마저 느껴지던
초침과 초침 사이 그 찰나가 영원 같았던 순간들이 지나갔다
철문이 걷히고 마주한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질 때 나는 힘차게 발을 굴렀다
그러나 요란한 시작과 달리
어느새 환호성을 내지르던 관중들도 사라지고
옆에 함께 달리던 말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결승선을 붙잡아주던 이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나도 모르는 새 축제가 막을 내린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축제 따위는 없었던 건지
묻고 싶어도 막막(寞寞)한 이 길 위에 남은 이들은 아무도 없다
눈의 초점을 맞추고 분명한 현실로 돌아온다
내 삶에 신의 특별한 목적도 의도도 없다는
믿기지 않는 명제가 도리어 자유보다는 무책임처럼 느껴지는 오늘
널려있던 내 몸을 천천히 단정하게 개켜 침대에 눕힌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빨래를 그리고 나의 마음을 더 개야할까
사진: Unsplash의 Bruno Nascime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