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닥노닥 Feb 12. 2024

어둠이 별의 잔상이라면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사이

1.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

2. 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

3. 어떤 일에 들이는 시간적인 여유나 겨를

4. 서로 맺은 관계 또는 사귀는 정분


잔상(殘像)

1. 외부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감각 경험이 지속되어 나타나는 상

2. 지워지지 아니하는 지난날의 모습


어둠은 부재고, 별은 존재라지만

은은한 별빛보다는 별과 별 사이, 어둠을 바라보며 슬픔을 삼켰습니다

삼키지 못해 넘쳐흐르는 제 눈물을 가리켜 아둔함이라 손가락질해도 저는 그저 침묵으로 견뎌낼 뿐입니다

생명을 다해버린 빛들이 더 이상 제게 보내지 않아도 그 자리에 남은 그의 온기를 그들이 알리 만무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서로 등을 지고 다른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정녕 우리의 끝이려나요


가까워지려 했던 의도도 멀어지려 했던 결심도 추호도 없었으니 퍽 억울할 노릇입니다

어느 사이 가까워졌던 당신과 나와의 사이는

몇 년 사이 멀어져 버려 당신의 빛에는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별은 점점 어둠을 머금어갔고 빛은 사라져 가는데 저는 이 마저도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잊으려는 노력도 다시 만나려는 용기도 어떤 수고도 하지 않으니 이제 받아들여야겠지요

마음을 숨기는 일에 꽤나 익숙해졌다 하여 힘에 부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어찌하겠습니까

남들에게는 허상일지라도 나에겐 여전히 잔상인 별빛을 올려다보며 그저 참고 버틸 뿐입니다



사진: Unsplash의 Jonatan Pie

작가의 이전글 스노우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