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

대학원생의 지수적 로그(Exponential Log)

by 노닥노닥

보폭이 점차 줄어들고 마침내 작은 두 발이 교차하는 속도가 영이 되어 한 점으로 수렴합니다.

저 목련이 뭐라고, 사람들은 고개를 젖혀 하얀빛을 흐드러지게 발산하는 저 꽃나무를 사진 담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저는 목련나무보다 나무가 조용했던 그들의 마음에 일으켰을 파장이 더 인상적입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몰려있는 것을 바라보는 걸 좋아합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두근거림이 전달되는 듯하거든요. 마음이 고요하면 타인의 설렘조차 섭동(攝動)으로써 작용할 수도 있나 봅니다.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벚꽃들이 벌써부터 꽃잎들을 피워내 푸른 하늘 곳곳에는 분홍빛들이 번지고 있습니다. 뭇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조금만 천천히 크라고 말하는 것처럼 저는 벚꽃을 보며 조금만 천천히 피어달라고 속으로 빌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내린 세찬 비를 보면서는 벚꽃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런 걱정이 저만의 것은 아니었는지 오늘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서울에 산 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새벽과 밤의 시간에만 밖에 있다 보니, 누구나가 그렇듯 저도 제가 없는 시공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그런가 주말의 정오에 한강다리를 건너는 것은 저 몰래 벌어지고 있었던 흥미로운 사건들 속에 제가 투명망토를 뒤집어쓰고 잠입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마치 장난감의 주인이 사라진 뒤 벌어지는 이야기인 토이스토리와 같이요.


제가 대학원에 입학할 때 제 삶에 대한 한시적인 모토를 정했습니다. 바로 "선망과 허영"입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전에 이동진 영화평론가님께서 "허영이 없으면 문화적으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가 없다.... 허영이 없는 사람은 특정한 문화적 시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에 대해 영원히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라 언급했듯 “선망과 허영”의 기제가 과연 부정적이기만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좋은 것을 선망하고, 허영에 빠져 살아보려고 했습니다. 구석구석 빠짐없이 약방의 감초마냥 기웃거리면 먼 훗날에는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수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망과 허영"이라고 제 미래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았었습니다. 제 오늘의 발걸음의 발로가 선망이었는지 허영이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오늘 하루 저는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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