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으로 마무리하는 연휴
연휴의 끝자락에 와있다. 일하는 평일은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가는 듯한 데, 황금 같은 휴일은 지나고 보니 '벌써'가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직장이 있는 구미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구미로 태워주시면서 그냥 가기 아쉬우셨는지, 같이 산책을 하자고 하셨다. 고민 없이 금오산으로 향했다. 한 번도 끝까지 걸어본 적은 없는, 금오산 둘레길을 이참에 드디어 걷게 되었다. 비가 올 듯 말 듯 날씨는 운치 있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꼈지만, 숲 속의 나무들은 녹색 빛을 내고, 사이사이에는 빨간, 노란, 새하얀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느긋하게 자연을 걸었다. 녹음 가득한 신선한 공기도 가볍게 들이마셨다.
반쯤 왔을 때, 잠시 걸음을 멈췄다. 호수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는 데, 시야에 청둥오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넓디넓은 호수에 덩그러니 한 생명체가 홀로 있었다. 외로워 보였다.
'이 넓은 호수에 혼자 살고 있니? 유유자적하는 모습이네. 매일 그렇게 살면 어때? 지루해? 이 호수가 저 오리에게는 세계이자 전부겠지?'
오리는 듣지 못하는,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했다.
마음속의 물음표가 마침표가 되자마자 갑자기 오리가 파닥이며, 힘차게 하늘을 날았다. 자칫하면 시야에서 놓칠 정도의 찰나였다. 매번 거꾸로 입수해서 물속 먹이만 찾는 귀여운 모습만 봤었는 데, 청둥오리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니 놀라웠다.
짧지 않은 거리를 힘차게 날아가는 방향으로 함께 시선을 두었더니, 도착한 그곳에는 두 마리의 청둥오리가 있었다. 오리는 날아서 갈 곳이 있었다. 한 마리가 갑자기 보란 듯이 세 마리가 되었다.
혼자인 줄 알았는 데 친구가, 가족이 있었다. 외로워 보인 것도 결국 내가 판단한 감정이구나 싶었다. 느낀 대로 보았다. '역시 보이는 대로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면 안 되는 거였어.' 싶었다.
'저 오리는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 있고 싶을 때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아이였을지도 모르겠네...'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도 함께 스쳐지나 보냈다. 아주 짧은 우연에 별 생각을 다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지만 그마저도 산책의 기쁨으로 느꼈다. 뒷짐도 지었다가, 팔도 흔들었다 하며 멍하니 계속 걸었다.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니 40분 정도가 걸렸다. 생각보다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니었다. 매번 미뤘던 금오산 둘레길, 이제는 한 바퀴 도는 데 몇 분 걸리는 지도 아는 가까운 사이가 됐다. 숙제를 끝낸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 생각은 무겁지만, 산책으로 휴일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만족했다.
주말 같은 하루였다. 휴일이라 그렇지 오늘은 평일이다. 함께 산책하며 시간을 보낼 가족이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잠시나마 느낀 그 감정을 간직해보려 한다. 일상이 매일 휴일같이 느껴지면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 산책하듯, 일상을 여행하며 사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일단 살아갈 뿐이다.
이번 황금연휴는 크게 특별하지 않았다. 무계획이 계획이었고, 다행히 조급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푹 잘 쉬었던 것 같다. 연휴가 이제 끝이 났다. 잘 보내주는 일만 남았다. 내일은 엄청 바쁜 하루를 보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 휴일에는 글을 두 편 썼으니 그걸로 만족해보려 한다. 휴일이 소중한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