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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Feb 02. 2024

나는 매일 걷는 사람이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새 다짐


일요일 밤부터 목이 따가웠다. 또 감기인가 싶었다. 월요일에도 상태는 그대로였다. 그러다 그날 밤, 오한이 심해졌다. 팔과 다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눈이 떠졌고, 그럴 때마다 몸 구석구석이 아팠다. 오죽했으면 혼자 독백으로 짜증을 냈다. 잠 못 들던 그날 밤을 비유하자면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디멘터에게 영혼을 뺏기는' 그런 고통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어디에 홀린 듯이 잠 못 이뤘고, 또 홀린 듯 온몸은 쑤셨다. 고통스러운 밤이었다.



잠을 거의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던 터라 출근 준비가 힘들었다. 출근하면 왠지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출근 못 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나자 진짜로 출근하기 싫어졌다. 결국 화요일에 휴가를 냈다.



결론만 말하자면 코로나에 걸렸다. 



3년을 잘 버텼는데 말이다. 코로나는 남일 같았는데 뒤늦게 걸리다니. 아직 다행히 코로나 인정 휴가가 있어서 덕분에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수요일, 목요일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약을 먹기 위해 끼니를 챙겨 먹는 게 다였다. 약도 개수가 많아 약 먹는 게 일이다.




오늘은 어느 정도 컨디션이 나아졌다. 글을 좀 써보고 싶어서 글감을 고민했다. 그러다 먼저 잠시 짬을 내어 전자책 어플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읽었다. 글로 자극을 받고 싶었나 보다.  



충분히 걷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담배를 꾸준히 피우는 것과 해로운 정도가 비슷하다. "앉아 있는 것은 새로운 흡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걷기는 사실 단순한 '약'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필수적인 '영양소'다.


걷기는 사람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이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이다. 걷기는 몸 전체의 근육을 움직이고 심혈관계 건강을 개선하며 만병통치약과 같은 운동이다.


걷기가 가진 힘을 믿고, 건강한 삶을 위해 오늘부터 한 걸음씩 나아가 보길 바란다.




걷지 않을 이유가 다. 걷기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이니 그 정도는 해야겠다 싶었다. 요 며칠 집에서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잠시 걸으러 나갔다. 





날씨도 맑고, 미세먼지도 좋았다. 그래서 걸음걸음마다 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평일에 출근하지 않고 아파도 하늘을 볼 여유가, 시간이 있었다. 넓고 푸른 하늘을 보면 습관적으로 '시간'을 엮어서 생각한다. 보통 평일에는 실내에서 일만 하다 보니 하늘을 볼 시간이 없다. 주말이나 휴가 때만 시선의 여유를 하늘에 준다. 오늘이 그랬다. 맑은 하늘을 볼 시간이 있다고 느끼며 그 시간에 집중했다. 걷고 있다는 사실에도 집중했다.








건강한 삶에 대해 고민이 많던 시기에 코로나가 찾아와서 사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근래에 감기에 너무 자주 걸려 건강한 일상에 대해 고민했었다. 코로나로 이번주는 일상을 일상답게 보내지 못했다. 독서도, 글쓰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프니깐 무계획과 무기력이 일상이 돼버렸다.




코로나로 한 번 더 '건강한 일상'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일, 독서, 글쓰기 그리고 휴식'이 사이에 '운동'을 넣어야겠다. 일상에 빠져있던 운동을 이제는 강제로라도 채워야 한다. 독서와 글쓰기를 중시했다면 같은 중요도로 이젠 운동도 챙겨야 한다. 운동은 계속 미뤄왔던 게 사실이다.



건강해야 일상을 지키고, 꿈꾸던 삶을 불러올 수 있다. 건강해야 책도 읽고, 글도 쓴다. 누군가의 야심 찬 일상에는 운동이 당연할 것이다. 그 당연한 걸 계속 뒤로 미뤄왔다. 출퇴근 걷기, 점심시간 산책, 스트레칭부터 시작해서 일상에서 단계를 조금씩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 꾸준히 말이다.




그래서 이번 글 발행을 통한 다짐은 "나는 매일 걷는 사람이다"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저자는 말한다. "내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 없이 갑작스럽게 운동을 하려면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정체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 매일 걷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그에 맞는 일상을 살겠다.



매일 걷는 사람에서 더 나아가서 오래 걷는, 잘 걷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글을 쓰는 지금도 컨디션이 100%는 아니다. 약을 많이 먹어 속도 좋지 않고, 목은 여전히 부어있다.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코로나 덕분에 또 '건강'에 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인간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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