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0년짜리 계획

by 마흔로그

아버지는 내가 서른이 되었을 때, 예순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내가 기억하는 마흔 즈음의 아버지는 몸 관리를 참 안 하셨다. 술은 거의 매일 드셨고, 운동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 기억 속 아버지는 항상 고도비만 상태였다. 고단한 3교대 근무의 무게를, 아버지는 술로 덜어내셨던 것일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런 것도 같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해에 폐암 진단을 받았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하셨다. 그리고 7년 뒤에는 유방암으로 또 한 번 수술대에 오르셨다. 다행히 두 번 모두 초기에 발견하여, 어머니는 아직 내 곁에 계시다. 외아들이었던 나는 그 모든 과정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대형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복도.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혼자 보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력은 무시할 수 없다. 나 역시 이른 나이에 큰 병에 걸릴 수 있다. 어쩌면 나에게는 단명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결심했다. 60세에 죽어도 억울하지 않게 살겠다고. 파이어족처럼 아주 이른 나이에 은퇴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50세에는 반드시 내 발로 회사 문을 나설 것이다. 그리고 10년. 50대라는 그 10년은 온전히 나를 위해,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었다. 60세 이후의 삶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돈이 필요했다. 남아있는 가족과, 보너스 인생을 위해서는 충분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만의 계획을 세웠다. 우선 직장에서 인정받고 연봉을 높인다. 욕심부리지 않고, 좋은 주식을 꾸준히 모아간다.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을 항상 주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해, 불필요한 소비는 최대한 줄인다.


나의 마흔. 목표까지 이제 딱 10년이 남았다. 이 계획은 고된 회사 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때로는 팍팍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 10년 뒤의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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